지난 3월 4일 막을 내린 10주년 기획전시 ‘아버지의 청춘앨범’은 ‘청명 임창순의 대구시대(1946-1949)’라는 부제가 붙었다. 청명(靑溟) 임창순(任昌淳·1914~1999) 선생은 임세권 관장의 부친으로, 우리나라 한학계와 금석학의 거두이자 서예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타계 전까지 태동고전연구소(지곡서당)에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한문학자다. 그의 30대 대구 교사 시절의 ‘청춘앨범’이 아들의 손을 통해 재탄생한 것이다.
“1946년 대륜중학을 시작으로 1949년까지 4년 동안 경북중학과 경북사범, 경북여자중학 등의 교사를 거쳤다. 이 시기는 아버지 인생의 황금기였다. 내가 태어난 1948년은 그 황금기의 한복판이다. 이 4년간의 교사생활이 한 권의 앨범에 남아 있다. 이 사진들은 아버지 인생의 가장 오래된 사진들이다.”
청명 임창순의 흑백앨범에는 빛났던 청년시절의 추억과 시대상, 후진 양성에 진심이었던 젊은 교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웅변대회를 마친 학생들, 불국사역 앞에서의 단체사진, 강변 야유회, 경북중학 개교기념일 교문 앞에서, 연극을 마치고 난 후의 한 컷 등 한 개인의 기록물을 통해 역사와 문화의 한 시대를 엿볼 수 있다.
임세권 관장은 빛바랜 흑백사진을 복원해 그 시절의 풍경과 건물, 인물을 생생한 사진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전시했다. 특히 이 앨범은 1914년 조선총독부 철도국에서 발행한 경원선 철도 개통 기념 사진첩의 뒷면을 이용해 만들었다. 각 페이지에 담긴 역사적 의미와 서사를 통해 ‘일상적 기록사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백소애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