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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삶을 마주할 수 있는 곳

백소애 시민기자
등록일 2022-09-04 19:33 게재일 2022-09-0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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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 한실마을 ‘김연대 문학점심관’<br/>인간 김연대 연혁 담은 생활사 박물관
문학점심관에서 만난 김연대 시인.
안동시 길안면 대곡리 한실마을에는 ‘김연대 문학점심관’이 있다.

점심은 낮 끼니를 일컫는 말이지만, 불교 용어로 점 ‘點’에 마음 ‘心’이라 하여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님들이 수행 중 마음에 흔들림을 주지 않으려고 공복에 점을 찍듯이 적게 먹어 마음을 점검하는 일을 일컫는다.


김연대 시인(81)은 젊은 날 대구에 거주하다 2003년 안동으로 귀향했다. 쉰이 다 되어 등단한 그는 대구에서 제법 규모가 있는 사무기기 사업체를 꾸려오다가 사세가 더 확장될 무렵 홀연히 고향으로 돌아왔다.


바쁜 사업을 정리하고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까지 후회 없이 모시고 싶다는 결심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고향 땅 모교 귀퉁이에 기와집을 짓고 정착해 텃밭을 일구고 시도 쓰고 기록물도 정리하며 자신의 삶을 점검했다. 말년에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소박한 행복을 누리다 돌아가셨다.


시인은 마당에서 고개 들어 보이는 맞은편 산 중턱에 부모님 산소를 모셔 매일 안부를 챙기고 있다.


이후 그는 부모님의 유품과 함께 자신의 기록물을 오롯이 담아낸 ‘김연대 문학점심관’을 2014년 개관했다.


버스도 하루에 한두 번 드나드는 오지마을에 지인과 문인들이 가끔씩 발걸음을 하게 만들었다. 아버지의 유품인 나무지게, 괘종시계, 망건, 갓, 호롱불 등과 어머니의 유품인 다듬이돌, 라디오, 가위, 돋보기, 인두 그리고 어머니의 필체가 고스란히 담긴 내방가사까지….


사업체를 운영할 때 쓰던 시인의 전동타자기, 고무인, 주산, 통장, 사장, 신분증, 연하장 등등 ‘김연대 문학점심관’은 인간 김연대의 연혁을 담아낸 생활사 박물관이다.


“시지부리한 거 모아놨죠, 뭐.”


별거 없다고 손사래를 치는 그의 말과는 다르게 ‘시지부리하지 않은’ 기록물은 그의 인생기록관이자 마음의 점을 찍는 쉼표와도 같은 공간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형형한 눈빛을 한 은발의 시인은 어지럼증에 관절염에 이젠 어쩔 수 없이 세월에 지는 노인으로 늙어가지만, 어눌한 구름이라는 뜻의 당호 ‘눌운세(訥雲世)’처럼 천천히 그러나 구름처럼 유유자적 걷고 있다. /백소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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