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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흥해읍 생명수 ‘둠벙’·‘연당’ 관리 허술

서종숙 시민기자
등록일 2022-08-23 19:27 게재일 2022-08-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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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끼고 바닥엔 침전물 쌓여<br/>둠벙·연당, 지명과 연결해서<br/>이름 지으면 창생 가치 지닐 것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자리한 ‘꼬내기 둠벙’.
여름 땡볕에 반려견과 흥해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곳. 연못인 것 같기도 하고, 샘인 것 같기도 한데 물속에 수많은 물고기가 숨어서 논다. 그 위에 이끼가 적잖이 떠 있어 고여있는 물인 것 같기도 한데, 한쪽에서 물이 샘솟고 있다.

한편에 미나리밭, 다른 한편에선 부들도 보인다. 이곳이 무언가 이야기를 가진 곳일 것 같은데 아무런 표식조차 없다. 뜨거운 날씨에 밭매러 온 어르신에게 물으니 ‘꼬내기 둠벙’이라고 한다. 꼬내기는 고양이를 부르는 경상도 방언인데 왜 ‘꼬내기 둠벙’이라고 지었을까, 궁금하다.


최근 기후변화에 의한 가뭄 현상이 심화하면서 둠벙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생태·환경적 가치도 새삼 높이 평가된다. 그런데 여기 ‘꼬내기 둠벙’은 흔히 말하는 ‘웅덩이’나 ‘연당(연못)’보다는 땅에서 자연스럽게 물이 계속 샘솟고 있으니 샘의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흥해에 있는 둠벙 또는 연당을 전하는 기록은 없다.


김용수 흥해향토청년회 지도회장에 따르면 흥해는 예전에 바다여서 샘이 많다고 한다. 그 많던 샘 중에서 현재는 연당 또는 벌샘이라고 불리는 곳과 꼬내기 둠벙, 그리고 새말리 참샘 만이 존재한다.


벌샘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며, 예전에 해초가 자라서 마을 아낙들이 장에 가서 팔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생명수 취급받던 둠벙이나 연당이 현재는 사람들에게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나온다. 그러다 보니 관리가 안 되고 버려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둠벙이나 연당이 가지는 공동체성, 생명성을 새롭게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벽과 바닥을 더 파내고 새롭게 정비한다면 이끼가 끼지 않고 맑은 물이 흐르는 자연환경을 가꿀 수 있을 것 같다.


흥해는 지진으로 인한 특별재생사업으로 경제활성화 및 공동체 회복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고, 주민공모사업으로 다양한 소프트웨어 사업도 이루어지고 있다. 주민공동체가 주가 되어 사업을 진행하지만, 지난 3년간 늘 같은 단체들과 주민들만 반복적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새롭게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자원을 창의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재생’보다는 ‘창생’으로 흥해만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연결하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흥해 도시재생사업에서 이 부분을 다루면 어떨까 생각한다. 청년이나 중년 세대가 부족하고 어르신들만 거주하다 보니 어르신 맞춤 공공근로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함께 그들이 가진 그곳의 애착 공간으로써 스토리를 만들고, 흥해가 가진 자연환경과 인문 문화자산을 관리한다면 어떨까 제안한다.


공간이 주는 힘은 크다. 이미 둠벙과 연당과 샘에는 수많은 사람의 공간이 주는 스토리가 있다. 이러한 공간이 주는 의미를 흥해 지명과 연결하여 멋진 이름을 짓는다면 재생을 넘어 창생의 가치를 가질 것이다.


샘솟는 흥해, 그 속에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흥해를 꿈꿔본다.


/서종숙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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