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남부경찰서 상대지구대
지난 26일 새벽 1시쯤 112종합상황실로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로 한 남성은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합니다”면서 “이틀 전에 긴급입원을 했었고, 사기를 당해서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습니다”고 눈물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경찰이 해당 발신번호로 전화를 걸자,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경찰은 즉시 ‘코드제로’를 발령했다. ‘코드제로’는 살인·납치 등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발령되는 위급사항 최고 단계다.
이후 포항남부경찰서 상대지구대 1팀 경찰관들은 휴대폰 위치값 주변으로 숙박업소 및 근처 상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경찰관들이 신고자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건 그가 ‘17층 건물에 있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출동한 장소 주변에는 17층 건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경찰은 신고자의 신고 이력을 바탕으로 최근 주거지와 Wi-Fi값이 가장 일치하는 건물이 상가건물 주택 4층이었다는 걸 확인했다. 그 후 경찰이 해당 건물의 초인종을 누르며 문 개방을 요청했지만, 굳게 잠겨진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경찰이 건물 내부의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자 속옷 차림인 A씨(38)의 모습이 발견됐다. 이후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신고를 경찰에 한 적이 있냐”는 경찰의 물음에 A씨는 “나는 그런 적이 없다”며 한사코 대화를 거부할 뿐이었다.
경찰은 극도로 불안정하고 흥분 상태인 A씨를 지속적으로 설득했다. 그 과정에서 A씨가 2천만원 상당의 사기를 당해 자신의 신변을 비관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40여분이 넘는 시간 동안 대화를 하며 A씨를 달랬다. 그 과정에서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용과 112신고 내역 등을 통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신고를 한 사람이 A씨였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A씨의 마음을 안정시킨 뒤 무사히 그를 가족에게 인계했다.
포항남부경찰서 상대지구대 관계자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신속한 출동과 적절한 조치로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며 “앞으로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봉사하고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