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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등록일 2022-07-03 18:01 게재일 2022-07-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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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위덕대 교수·일본언어문화학과
이정희 위덕대 교수·일본언어문화학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구회에서 ‘공감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 주된 목적은 공감교육을 통해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을 키워서 소통하고,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게끔 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반적으로 공감에 대해서 좋은 인식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주장과 그에 따른 설명을 읽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라고 한다면 그 글에 대한 공감을 이룬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소설 속에서 전개되는 내용이나 다뤄지는 사건, 인물 등에 대해 감정이입을 하고 정서적 교감을 하여 공감 능력을 높이게 된다. 또한 글쓴이가 느낀 감정의 표현들을 읽고 자신의 경험과 연결시켜 동질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공감의 한 형태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젊은이들을 보면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이유로 자기중심적인 사고의 확대, 대학입시에서의 경쟁 심화, 그리고 서로를 공감할 수 있는 시간과 경험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불안과 오해, 갈등이 늘어만 가고 있는 것이다. 대학 입시가 현실적인 상황이다 보니 입시생들은 각자 고개 숙이고 문제 풀이를 하는 동안, 서로 부딪치고 소통할 기회마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반면,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은 카카오톡이나 트위터처럼 자신의 개인 정보, 영상, 그리고 의견을 인터넷 세계에 확산시키는 사회적 네트워크의 유행에 힘입어 자신의 삶을 밖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타인과의 공감 능력하고는 연결 지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때 성장소설로 ‘아몬드’가 회자된 적이 있다. 공감능력이 결여된 주인공이 겪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태어날 때부터 아몬드라 불리는 편도체가 작아서 다른 사람의 상황과 기분을 느낄 수가 없다. 분노도 공포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주인공의 병명은 ‘알렉시미타아’라고 하여, ‘감정불능표현증’이다. 우리들이 느끼는 기본적인 감정인 기쁨, 슬픔, 두려움 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아몬드’에는 공감능력이 결여된 주인공을 비롯하여 뒤틀린 마음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마는 소년들이 등장한다. 욕설과 폭력이 일상이 되어버린 소년들은 범죄에 가담하게 되고 만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 주변에 잠재되어 있는 문제들인 것이다.

나는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다행이도 주인공은 엄마의 헌신적인 사랑과 감정 없는 주인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시작한 친구들로 인해 서서히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게 된다.

우리 사회는 공감의 부재로 인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한 이해보다는 그 고통에 무관심해 지고 갈등이 증가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지금은 바로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그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 즉 공감능력을 키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공감에는 두 얼굴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공감은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유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질이 인질범에 동화되어 그들의 편을 드는 스톡홀름증후군에 빠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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