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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학교에서 만나는 기쁨

박월수 시민기자
등록일 2022-06-21 19:35 게재일 2022-06-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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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문화원 성인문해교실 학습 장면.
“밭에 풀약 치로 갔다가 한글 공부하는 날인 거 생각나가 약통도 내삐리뿌고 안 쫓아왔나.”

느지막에 배우는 글공부가 어르신들은 그렇게 좋다고 하셨다. 생전 처음 책가방을 들어봤다는 어르신들이 ‘소망의 나무’를 펼쳐놓고 한글을 쓰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마찬가지로 처음 잡아본다는 색연필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도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런 어르신들이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인해 공부와 담을 쌓고 지냈다. 경로당 학교가 문을 닫으니 어쩔 수 없었다.


“집에 앉아 내 혼자 해 볼라 카이 어예 안 되더라 카이끄네.”


그동안 스스로 해 보려고 애를 썼던 흔적들이 여기저기 묻어있다. 때 묻은 가방 안에 공책을 꺼내자 삐뚤빼뚤 쓰인 일기장이 나온다. 받침이 엉망이라 알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젊은 선생 앞에서 부끄러운 학생이 된다. 또 다른 어르신은 스케치북을 꺼내 놓으신다. 할머니 그림을 눈여겨 본 외손주가 심심할 때 그리라며 값비싼 색연필이며 스케치북을 사다 주었단다. 꽃 그림 그리는 게 하도 좋아서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마다 그렸다고 하신다. 온갖 화사한 꽃들이 춤을 추는 듯 신이 나 보인다.


“인자 바라는 거 암것도 엄따. 그저 아아들 건강하고 내 몸 안 아프고 그라마 되제.”


새로 문을 연 한글학교에 모인 어르신들 표정이 코로나 이전처럼 밝고 씩씩해서 다행이다.


“학교에 안 오마 또 밭에 나가 일 할 낀데 여가 마 내 놀이터고 휴식처 인기라” 약통도 팽개치고 공부하러 오셨다던 올해 일흔 후반의 어르신 말씀이다. 평생 농사일하느라 두 무릎 관절을 수술한 어르신은 목욕탕 의자에 앉아 공부를 하시면서도 불편한 기색은커녕 행복에 겨운 모습이다.


“공부 갈체 주제, 운동 씨기 주제, 묵을 껏도 주제, 이보다 더 고마븐데가 어딨노.”


청송문화원 성인문해교실은 총 열 곳의 경로당을 찾아 한글과 그림 이외에 갖가지 취미교실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약 160여 명의 어르신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수업은 어르신들의 자존감을 높이는데 가장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호평받고 있다.


/박월수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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