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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한 국수 나누는 우리 동네 의순씨네 집

민향심 시민기자
등록일 2022-05-29 18:55 게재일 2022-05-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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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체장애 이의순 씨… 장애인 위한 나눔·봉사 앞장<br/>“장애인·비장애인 함께하는 마을 쉼터 생기길 바라”
나눔과 봉사의 삶을 실천하며 살아온 이의순 씨.
언뜻 제목만 보면 국수집을 소개하는 글로 생각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국수를 만드는 이의순(70) 전 지체 장애인 회장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이의순 씨는 슬하에 남매를 두고 있으며 체육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소아마비로 인해 장애를 가지게 되었고, 불편함을 안고 살고 있다.


강원도 출신인 이의순 씨는 결혼을 하면서 경산으로 내려왔고 하양에서 볼링장을 운영한 경력도 있다. 살아가면서 주변에 장애인들과 어려운 이웃들에게 눈길이 갔고, 본인보다 불편하고 외로움을 겪는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어 장애인들을 위한 일에는 언제나 솔선수범을 해왔다.


지체장애인을 돕는 일을 하다 보니 경산시지체장애인협회 사무국장이 됐다. 그러던 중 김종호 회장이 사망하면서 회장직을 맡았다.


많은 사람들이 지체장애인들은 운동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날 문득 과격하지 않고 적절한 운동을 할 수 있는 파크골프에 눈이 갔다. 이곳저곳과 연계해 마음을 모았고 사비를 털어 ‘장애인 골프클럽’을 만들었다.


이씨가 만든 경산 장애인 파크골프클럽은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게 되었다. 지금은 경산시 체육회에서 약간의 보조금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예전엔 임원진과 회원들이 주머니를 털어 비용을 부담했다. 차량 지원도 없어 뜻있는 분들과 이의순 씨 차로 움직였다.


장애인들도 체육활동을 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즐거워하는 장애인들을 보며 행복했다.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지만 그 시절이 지금보다 행복했다고 말한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했던 역사를 뒤로 하고 이제 이의순 씨는 분신 같던 지체장애인협회의 모든 일들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왔다.


“장애인들을 위해 아직 할 일이 많을 텐테 물러서 계시면 어쩌냐”는 질문에 이씨는 “일선에서 물러나니 할 일이 더욱 많아졌습니다. 직책이 없다고 약자들을 위한 일을 그만 두는 것도 아니고 괜찮아요. 오죽하면 우리 집이 ‘의순 씨의 국수맛집’이 되었겠어요”라며 웃었다.


“저는 소아마비라는 장애로 불편함을 겪고 있지만 그렇다고 장애를 핑계로 누군가의 도움만 받는 삶은 싫어합니다. 장애인이 뭡니까? 불편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장애인이잖아요. 어차피 나이 들면 거의가 장애인이 되는데 장애인이라고 해서 특별한 존재는 아니거든요”라고 말하는 이의순 씨.


여기에 덧붙여 “이웃들에게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았다”며 “그것들을 성의껏 돌려주고 나누며 살고 싶다”고 했다.


일주일에 4번 이상은 이씨 집에 모여 직접 음식을 해서 나누며 재미있게 살고 있는 장애인들. “혹시라도 국수 드시고 싶으면 언제라도 오세요”라고 청하는 이의순 씨의 말투가 정겹다.


어느새 일흔 살이 됐지만, 스스로는 그걸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 자녀들이 칠순이라며 용돈을 주는 바람에 나이를 자각하게 됐다는 이씨.


장애를 넘어 무엇인가를 나누고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는 삶을 당당히 살아가고 싶다는 이의순 씨는 마지막 꿈이 하나 있다.


“우리 집은 놀이공간이자 식당입니다. 복지정책이 너무 좋아졌어요. 그러나 꼭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자유롭게 어울려 놀고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마을 단위 시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장애인 복지관이 있기는 하지만 차량 이동부터 불편한 게 많으니, 마을 단위의 쉼터를 만들어 장애인 그리고, 비장애인들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의순 씨의 말을 들으며 ‘현장의 소리’가 답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차로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근접거리에 있는 마을쉼터는 ‘당신들의 천국’이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우리들의 천국’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소리 없이 숨어서 소외된 이웃과 함께 행복을 빚어내는 ‘의순 씨표 쉼터’가 필요한 곳마다 만들어져 따뜻하고 맛난 삶을 살아가는 따뜻한 경산이 되었으면 좋겠다.


/민향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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