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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누름 즐기러 산소카페 청송 정원으로

박월수 시민기자
등록일 2022-05-24 20:52 게재일 2022-05-2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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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리로 가득한 청송군 산소카페 청송 정원.
입하와 망종 사이 소만을 지나고 있다. 보리가 누렇게 익는다는 보리누름 철이다. “보리누름에 햇 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말이 생겨날 만큼 기온 변화가 큰 계절이기도 하다. 어떻든 도시보다 기온이 낮은 청송군에선 아직 푸른빛의 보리를 만날 수 있다. 산소카페 청송 정원, 천국의 계단 전망대에 올라 청보리 물결을 내려다본다. 4만여 평의 끝 간데 없이 너른 정원에 청보리 물결 일렁인다. 고요라는 이름을 가진 나라가 저 안에 살 것 같다.

강렬한 원색의 조형물들이 보리밭 사이에서 눈길을 끈다. 높은 키의 의자며 사과 모양 벤치는 동화나라를 연상케 한다. 그 속을 노란 양산을 받쳐 쓴 하얀 옷의 여인이 걷고 있다. 청송 정원 안내소에서 빌려 쓴 모양이다. 정원을 찾는 이는 누구나 신분증 혹은 자동차 키를 맡기면 색이 고운 양산을 무료로 빌릴 수 있다. 청보리 사이로 노란 양산이 점처럼 멀어진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같은 풍경이다. 아마도 평화라는 이름을 가진 대지가 있다면 저곳이지 싶다.


누구나 풍덩 빠져들고 싶은 청보리 정원은 9월이면 백일홍 꽃밭으로 변신한다. 삼백만 송이 백일홍이 온갖 색으로 피어 방문객을 맞는다. 주말마다 정원에선 음악회가 펼쳐지고 가을의 낭만이 그 안에서 피어난다. 정원 건너에는 세계 지질문화유산에 등재된 송강리 습곡구조가 있다. 이곳 주민들이 주름 바위라 칭하는 곳이다. 용전천 물가 비탈진 면에 자리한 습곡은 바위 전체에 깊고 촘촘한 주름을 가득 펼쳐놓고 있어 수억 년 전 돌림노래처럼 거듭되었던 땅의 용틀임을 살펴볼 수 있다. 정원에서 누리는 또 다른 볼거리다.


망종 무렵이면 청송 정원에서도 누렇게 익은 보리를 수확하느라 분주하겠다. 그러고 나면 텅 빈 정원엔 백일홍 꽃씨를 파종할 테고 주민들은 날마다 그 꽃 필 날을 또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백일홍 꽃이 무더기무더기 피어나면 사람들은 또 그렇게 꿈결 같은 시간을 이어가느라 행복에 겨울 것이다. 청송 IC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신기리에선 언제든 청송 정원이 건네는 따뜻한 인사와 마주할 수 있다. /박월수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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