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중단된 소풍 재개<br/>3년 만에 명소 찾아 추억 놀이
오래 전엔 소풍을 원족(遠足)이라고 불렀다. 안동 지역 학생들은 봉정사, 고운사, 도산서원, 영호루는 물론이고 낙동강 본류와 반변천이 합쳐서 지세가 아름다운 고장인 만큼 하회마을, 백운정, 진모래, 하이마 등 백사장이 있는 곳으로 소풍을 자주 갔다. 어른들은 계모임 계원들과 가까운 곳으로 소풍을 갔는데 교통편이 신통치 않은 그 시절,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가장 좋은 옷을 입고 길을 나서곤 했다.
남자들은 양복, 여자들은 한복을 입고 45도 각도의 포즈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자전거에 솥단지며 술통, 각종 식기를 들고 떠났다가 빈 그릇으로 돌아올 때 각종 식기는 더러 흥을 돋우는 악기로 변신하곤 했다.
비포장 길에 교통수단은 ‘도보’가 다였던 시절에도 소풍 길은 즐거웠다. 학생들은 백사장에서 팔씨름, 닭싸움, 기마전, 보물찾기, 수건돌리기를 했다. 반끼리 둘러앉아 노래 부르고 춤추고 장기자랑의 시간을 가졌다.
‘가무’를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의 특성상 반에서 노래를 제일 잘하는 사람은 소풍시간이면 바쁘게 무대를 꾸며야 했다. 수건돌리기를 할 때면 혹시나 걸릴까 싶어서, 한편으론 아무도 뒤에 수건을 놔두지 않는 건 아닐까 가슴 두근거리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찰칵, 소리가 명쾌하게 들리던 필름카메라 혹은 ‘코닥’이나 ‘후지’마크가 찍힌 일회용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주던 친구들도 있었다. 소풍을 다녀온 일주일 내에 그 친구들이 인화해온 사진 뒤에는 해당 사진을 인화할 사람의 이름을 적곤 했다. 물론 장당 몇백 원의 돈을 지불해야 했다.
소풍 전날 비가 오지 않기를 기도했던 천진했던 시절, 멀미가 심했던 친구의 귀 아래 붙여있던 붙이는 멀미약과 잃어버릴까봐 청바지 워치포켓에 꼬깃꼬깃하게 접어놓았던 용돈, 같은 재료가 들어가 별다를 거 없던 김밥을 친구들과 둘러앉아 나눠먹었던 소풍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래서 더욱 일상의 소중함이 돌아오는 이 5월이 반갑기만 하다. /백소애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