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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자전거 동호회 ‘두 바퀴 여행’

박월수 시민기자
등록일 2022-05-03 18:45 게재일 2022-05-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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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자전거 동호회 두 바퀴 여행 회원들이 출발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전거를 저어서 나아갈 때 풍경은 흘러와 마음에 스민다. 스미는 풍경은 머무르지 않고 닥치고 스쳐서 불려 가는 데, 그때 풍경을 받아 내는 것이 몸인지 마음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 김훈의 ‘자전거 여행’ 중에서

흔히 시골에는 문화가 없다고들 말한다. 특히 도시에서 귀농해 시골에 정착하기 힘든 이유가 즐길만한 거리가 없는 때문이라고들 한다.


처음 얼마간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부족한 걸 모르고 그럭저럭 잘 지낸다. 그러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무료함을 채워줄 무언가를 찾아 나선다. 다행히 본인에게 딱 맞는 취미나 놀이를 찾기도 한다. 하지만 도시에서 누렸던 다양한 스포츠나 사회 관계망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한 이들은 갈피를 잃고 헤매기 시작한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알코올 의존증에 빠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청송군에는 농사를 짓거나 자영업을 하는 이들이 모여 만든 스포츠 단체가 있다. 60대 남성 14명으로 구성된 자전거 동호회 두 바퀴 여행이다. 올해로 7년 정도 되었다.


이들에게 시골 살이의 무료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번개 모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농사에 관한 정보도 주고받는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신나게 달리다 보면 어쩌다 쌓였던 스트레스는 흔적 없이 사라진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건 물론이다.


대부분 어릴 적 친구들이거나 오래 이곳에 붙박여 산 이들이어서 끈끈한 정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껏 이들은 자전거를 통해 ‘청송 황금사과’를 홍보하는 일에 앞장섰다.


지역에서 나는 황금사과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현수막을 들고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특히 세 번의 제주 올레 여행과 울릉도 일주도로 여행에서 ‘청송 황금사과’를 알릴 수 있어 뿌듯함을 안고 돌아왔다.


자신들의 취미도 살리고 지역의 특산물도 홍보할 수 있어 모두가 만족해한다. 두 바퀴 위에서 사람과 길과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행복한 일이다.


사과꽃 향기 천지에 가득한 4월, 이들이 석 달에 한 번 있는 정기 라이딩을 위해 모였다. 이번에는 본격적인 일철을 앞두고 강을 따라 달리는 일정을 잡았다. 바깥바람을 듬뿍 쐬고 오면 힘든 농사일도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출발에 앞서 상기된 그들의 표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트럭 두 대에 나눠 실은 자전거가 이들의 마음을 대신해 빨리 달리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라이딩의 첫날 일정은 창녕 함안보 인증센터에서 양산 물금 까지 64킬로미터 구간이다. 저녁은 그동안 열심히 달렸으니 편안하게 호텔에서 쉬기로 했단다.


이튿날은 숙소에서 낙동강 하굿둑 인증센터와 을숙도를 거쳐 다대포 해상공원까지 갔다가 양산 숙소까지 되돌아가는 구간이다. 약 72킬로미터 거리다. 낙오되는 사람 없이 즐겁게 라이딩하는 기쁨을 누리는 이들이 참으로 멋져 보인다. 도시와 멀리 떨어진 산골에서 부족한 문화생활을 불편해하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서 누리는 사람들, 이들이 진정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박월수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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