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벚꽃으로 유명한 천년고찰 ‘환성사’<br/>아름다운 숲길 ‘임도’와 맛집까지 눈길
경산시 하양읍 동쪽길을 접어들면 환성사 이정표가 나오고, 그 길을 따라 6km 정도 달리면 무학산, 환성산, 초례봉이 성처럼 둘러싸인 환성사와 만날 수 있다. 밤새 비바람을 맞은 탓인지 왕벚꽃잎의 반은 울긋불긋 떨어져 융단처럼 깔려있고, 절반 정도는 아직도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천년고찰 환성사는 신라 흥덕왕 10년(835)에 심지 왕사가 처음 지었으나 고려 후기에 화재로 불타 버렸고. 조선 인조 13년(1635)에 신감대사가 다시 지었다. 이후 광무 원년(1897) 항월대사가 새로 세운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웅장한 일주문을 들어서니 오른쪽에 꽃 그림자를 담고 있는 용연이 있고, 돌계단 옆으로 세속의 아픔과 기쁨이 녹아 수백 년은 됐음직한 고목에 이끼가 피어있었다. 계단 맨 위쪽엔 물 위에 뜬 달을 바라본다는 뜻을 가진 수월관(水月觀)이 있는데, 그곳의 단청과 불화들은 단아하고 편안해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했다. 차 한 잔을 마시며 수월관 앞쪽을 바라보니 다투어 피어오르는 연녹색 나뭇잎의 천상정원과 멀리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수월관 뒤편에 위치한 대웅전 수미단(大雄殿 須彌壇)은 불상을 봉안하기 위해 만든 불단이다. 정면 12칸, 측면 4칸에 3단으로 구성된 장방형 구조로 후불벽 뒷면을 통에 수미단 내부로 진입이 가능하다. 환성사 대웅전의 중건 시기와 비슷한 수미단의 조각 기법을 볼 때, 17세기 전반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독특한 의장과 조각 장식이 특이했다.
잠시 예를 갖추고 나와 경내를 돌아보니 다른 사찰에서 볼 수 없었던 여러 가지 모양의 부도, 돌기둥이 돋보이는 일주문, 꾸미지 않은 소박한 모습을 하고 서있는 석탑, 보물563호 대웅전 감로당, 산령각, 천태각, 명부전 등이 있었고 걸음마다 사찰을 가꾸는 스님의 정성이 가득했다.
사람들은 종교에서 평정을 찾고 싶어 한다. 108배를 할 때마다 나 또한 가장 바라는 것은 갈등 없는 건강한 세상이다. 타인도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불기 2566년을 맞아 걸린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으로’라는 법어가 가슴에 와닿았다.
주변 탐방을 위해 환성사 근처에 차를 세워놓고 임도로 들어서서 1km 남짓의 거리를 걸어 올라갔다. 임도는 추천하고 싶은 숲길이었다. 눈부신 연녹의 나무 이파리와 새들의 청아한 노랫소리, 야생화가 뿜어내는 향기까지 어울린 그곳이 바로 해탈길(解脫路)이 아닐까 싶었다. 임도가 끝나는 곳에는 환성산 정상으로 오를 수 있는 등산길이 나온다. 정상까지 올라가면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산을 내려와서는 하양의 유명한 맛집 중남식당을 찾았다. 음식을 가르쳐준 스승 밑에서 함께하던 세 제자가 운영하는 61년 된 식당으로 반찬이 27~30가지나 된다. 가격도 저렴해 9천 원. 착한 가격에 맛있는 밥상이라고 소문이 나 손님이 많다. 상차림이 끝나면 “뭐하노? 빨리 들고 가서 먹어라”며 소리를 치는 주인의 목소리가 정겹다. 손님과 주인이 가족처럼 다정하다.
마음껏 먹고난 후 바로 옆 꿈바우시장에 들렀다. 불편하고 지저분했던 상설시장을 현대식으로 탈바꿈해 먹을거리와 각종 식자재가 예쁘게 진열돼 있다.
며칠 뒤 석가탄신일에는 건강을 나누고 행복한 힐링을 할 수 있는 하양의 천년고찰 환성사를 찾아가보는 게 어떨까. /민향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