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본회의서 정면충돌 <br/>박 의장, 검찰청법 개정안 상정<br/>국힘 권성동 필두 ‘필리버스터’<br/>민주 회기 쪼개기 통해 무력화 <br/>尹측, 지선때 국민투표 언급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7일 이른바 ‘검수완박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놓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5시 박병석 국회의장의 협조하에 본회의를 열어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 수순에 들어갔고, 국민의힘은 곧바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시작하며 육탄저지에 나섰다. 민주당은 회기 쪼개기로 필리버스터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내달 3일까지 법안 처리를 마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법사위 절차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불사하며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여야의 극한 대치는 신구 권력 간의 충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본회의 통과 뒤 문재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해당 법이 실행될 경우 새 정부 출범 뒤 국민에게 직접 검수완박 입장을 묻겠다며 ‘국민투표’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해 의총 추인까지 거쳐 국민께 공개적으로 드린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며 본회의를 소집했다. 국민의힘이 지난 22일 박 의장의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한 뒤 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을 이유로 재논의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합의 파기로 규정했고, 박 의장이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본회의가 결국 열리게 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헌법재판소에 ‘법사위 안건조정위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며 대응에 나섰다.
아울러 본회의에서 권 원내대표를 필두로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권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발언에서 “국민의 뜻은 여야의 합의보다 무겁다. 민주당의 재협상 거부는 국민과 맞서 싸우겠다는 오만의 정치다. 국민이 틀렸다고 하면, 고쳐야 한다”며 민주당을 강력 비판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이른바 ‘살라미 전술’을 예고했다. 필리버스터 도중 회기가 끝나면 토론을 종결한 것으로 간주하고 해당 안건을 다음 회기 때 지체 없이 표결한다는 국회법 조항을 이용한 전략이다. 이날 자정 임시국회가 종료되면 사흘 후인 오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검찰청법을 표결하고 형사소송법을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형사소송법 필리버스터가 당일 자정 종료되면 다음 달 3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수 있다. 당초에는 민주당이 정의당과 연대해 재적의원의 5분의 3 이상인 180석이 필요한 찬성필리버스터 강제 종결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여러 변수가 있어 회기 쪼개기 전략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윤 당선인 측은 취임 뒤 6·1 지방선거에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의견을 국민투표로 묻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해당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검수완박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것인데, 국민의힘의 의석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여론전을 의식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다만 국민투표 요건을 충족하는지와 위헌성 여부는 좀더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이처럼 검수완박을 둘러싸고 여야 정면대치가 이어지면서 새 정부 인사청문회도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 지 불투명해졌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