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이 흐르는 안동에는 수많은 다리가 있다. 근·현대 시기 사람들은 다리 밑에서 휴식과 여흥을 즐겼고, 다리 위에서는 신문물의 문화를 누렸다.
필름 카메라를 들고 와 기념촬영을 하고 산책을 나왔으며, 연인들은 달콘한 데이트를 즐기는 장소로 이용하기도 했다.
그중 안동시내 법흥동과 용상동을 잇는 ‘법흥인도교’는 1956년 준공된 콘크리트 다리다. 법흥인도교 동쪽으로는 용상동이, 서쪽으로는 안동 시내가 위치한다. 법흥동에 자리하며 오랜 시간 이곳의 풍경이 됐던 법흥인도료.
총길이 320m의 이 다리는 원래 ‘법흥교’로 불렸다. 이후 1982년 고가다리가 완공되면서 신축 다리는 차량만 다니는 ‘법흥교’가 되었고, 교량 안전상 위험시설물로 분류된 원래의 법흥교는 보행자, 자전거, 이륜자동차만 다닐 수 있는 ‘법흥인도교’가 됐다.
사실 법흥교는 1934년에 준공된 목조다리다. 1950년 6·25전쟁으로 다리가 파괴되자 1956년에 콘크리트 다리로 복구하게 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안동 시내와 용상동을 잇는 유일한 다리였던 터라 교통이 불편했던 당시엔 주민들이 나룻배를 띄워서 오가곤 했다.
이제는 안동 시내와 용상동을 잇는 마뜰보행교가 올 1월 1일 개통되면서 법흥인도교는 곧 철거돼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마뜰보행교는 2년의 공사 기간을 거쳐 완성된 총 연장 282m의 다리다.
법흥인도교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인 보물 제182호 임청각과 통일신라시대에 건립된 국보 제16호 법흥사지칠층전탑, 고성이씨 탑동파종택을 마주하고 서 안동의 근현대사를 함께 해왔던 상징적 다리다.
미국의 포크 듀오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 ‘브리지 오브 트러블드 워터(Bridge Over Troubled Water)’는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라는 제목으로 번안돼 불리기도 했다.
안동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담고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낙동강을 굽어보던 법흥인도교는 곧 사라진다. 하지만 지역의 변화를 묵묵히 지켜보며 다리를 오간 이들의 기억은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백소애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