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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객주문학관서 문향에 젖어보세요

박월수 시민기자
등록일 2022-04-19 20:18 게재일 2022-04-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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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객주문학관 전경.
길 위의 작가란 별칭으로 불리는 분이 있다. 소설 ‘객주’로 유명한 김주영 선생님이다. 객주를 쓰기 위해 전국의 장터를 손금 보듯 훑고 다니느라 한 달에 스무날은 길 위에 있었다고 한다. 1979년부터 약 5년 간 신문에 연재된 소설 ‘객주’는 KBS 드라마로 두 번이나 방영되기도 했다. 1984년 9권으로 묶어 출간되었고 30년 뒤인 2013년 마지막 10권이 완간되었다. 총 10만 질 이상이 판매되었으며 꾸준히 개정판이 나와 지금껏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다. 객주에 쓰인 토속어를 정리한 책, ‘객주 재미나게 읽기’가 따로 있을 정도로 우리 언어의 보물창고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올해로 만 84세인 김주영 선생님은 여전히 집필 중이며 2020년엔 ‘만해 문예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지난해 ‘광덕산 딱새 죽이기’란 소설을 발간했으며 고향인 청송 진보에는 선생님을 기념하는 문학관이 있다.


객주문학관은 2014년 옛 진보제일고등학교를 리모델링한 것으로 그 규모부터가 남다르다. 문학관 넓은 마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봇짐장수와 등짐장수 조각상이 나란히 서서 방문객을 맞는다. 객주의 상징이기도 한 보부상이다. 김주영 선생님은 역사에서 사라진 조선 말기 보부상을 발로 뛰어 발굴하고 형상화했다. 그런 만큼 조각상이 내포하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잔디마당 가운데엔 공연을 위한 야외무대가 설치되어 있어 여러 문학행사가 열린다. 갖가지 모양의 너럭바위와 장꾼들이 그려진 크고 작은 옹기들도 눈길을 끌고 키 큰 나무들이 편안하게 맞아주는 객주 마당에선 누구나 소풍 나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문학관 내부는 총 3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3층 전시관은 김주영 선생님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곳이다. 세상이 궁금한 꼬마 주영이 버스정류장에서 호기심에 겨워하는 모습부터 발품을 팔며 취재를 했던 카메라와 철필, 저울추 등의 수집품, 선생님의 수많은 작품집과 상패들, 깨알같이 써 내려간 습작 노트는 볼수록 신기해서 몇 번이나 돌아보게 된다. 2층엔 소설 ‘객주’ 이야기가 펼쳐진다. 19세기 보부상의 생활상과 엄격한 규율을 가진 보부상단이 조선 후기 상업사회를 이끌었다는 걸 이곳을 둘러보며 유추할 수 있다. 1층은 소설 전문 도서관이다. 그동안 김주영 선생님이 모은 소설책이 빽빽이 전시되어 있다. 공기 중에 풍기는 책 냄새만으로도 해종일 머물고 싶은 곳이다. 1층 바깥 테라스엔 편안한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산책하기 좋은 솔숲은 덤이다.


객주문학관 가까이 진보 장터와 이마를 마주한 곳에 객주문학마을을 조성해 놓았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아직 개장을 하지 않은 상태지만 누구나 마을을 둘러보는 건 가능하다. 마을 초입엔 김주영 선생님이 머무는 한옥이며 선생님이 가끔 들르는 카페도 있다. 가는 봄을 배웅하느라 천지에 꽃들이 난분분하다. 차분하게 마음을 다독이기엔 문학관 나들이만큼 좋은 것도 없을 것 같다. 문학의 향기 맡으러 이번 주말엔 청송으로 발걸음 하시길 권한다.


/박월수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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