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굽이의 구곡원림은 자연환경의 배경뿐만 아니라 성리학의 공간이었으며, 구곡은 팔경과 함께 산수문화를 대표한다.
춘양구곡은 경암 이한응(1778~ 1864)이 성리학의 원리를 연구하며 제자를 양성한 곳이다. 또한 덕이 높은 학자들이 은거하며 학문을 익히고 후학을 양성하던 곳으로 알려졌다.
춘양구곡은 1곡 적연(笛淵) 어은정, 2곡 옥천(玉川) 사미정, 3곡 풍대(風臺) 옥계정, 4곡 연지(硯池), 5곡 창애(滄崖) 창애정, 6곡 쌍계(雙溪) 연주정, 7곡 서담(書潭), 8곡 한정(寒亭) 한수정, 9곡 도연(道淵) 도연서원으로 이뤄졌다.
1곡 적연의 암벽은 옥순봉이라 했다. 운곡천의 물줄기가 옥순봉에 부딪히면서 소가 만들어지고 물고기를 잡으며 숨어 지낼 수 있는 곳이다.
2곡 옥천은 옥천계곡이란 뜻으로 1곡 어은정에서 물줄기를 따라 굽이 언덕을 지나 1㎞ 정도에 조덕린(1658~1737)이 지은 사미정이 있다. 울창한 송림과 수천 년 몸을 닦아 빛을 내고 있는 너럭바위는 사미정 계곡의 걸출한 예술품이다.
3곡 옥천에서 1㎞ 정도 거슬러 올라 풍대라는 바위에 어풍정이란 정자가 있었으며 풍대 맞은편에는 옥계정과 옥계종택이 있다. 옥계 김명흠(1696~1773)은 사미정을 지은 조덕린의 제자다.
4곡 연지 풍대에서 800m쯤 오르면 옥천마을에서 보이는 개천으로 상류에서 흘러 내려온 물이 연지벼랑에 부딪히며 잠시 숨을 고르는 지역이다. 연지는 벼루의 못이고 벼루에 파인부분을 일컫는 말로 벼랑 아래 소를 연지로 표현했을 것 같다. 지금은 농사용 보를 막아 물을 가두고 있다.
5곡 창애엔 이중광(1709~1778)이 지은 창애정이 있다. 연지에서 운곡천 물길로 1㎞ 정도 거슬러 오르면 큰 바위 벼랑에서 굽어 돌아가는 물길이고, 맞은편 창랑정사와 마주하고 있다. 정자와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답다.
6곡 쌍계 창애에서 2㎞ 정도 오르면 장동교가 나오고, 오른쪽 둑길로 오르면 150m 지점에 귀여울 정도로 작은 산봉우리가 있는데 그게 삼척봉이다. 산봉우리에 명부대라는 정자가 있다. 정면에 남양 홍씨 정자 연주정이 있는데 홀로 외롭게 서있다고 독봉이라고도 부른다. 춘양읍내 둘레길로 살구꽃과 돌배꽃, 금낭화, 메발톱꽃, 금계국 꽃밭이 조성돼 있어 여행자의 눈길을 끈다.
7곡 서담 연주정에서 1.2㎞ 상류지점엔 소로교가 있다. 다리 바로 앞 굽이의 소를 서담이라고 한다. 서당의 옛터라 그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하천 정비로 풍경이 많이 달라졌지만, 주변 경관은 여전히 감탄을 부른다.
8곡 한정은 고목과 와룡연이라는 연못이 어우러져 고풍스런 멋스러움을 더한다. 원래 이 자리에 충재 권벌(1478~1548)이 세운 거연현이란 정자가 있었는데, 소실된 후 권벌의 손자 권래가 다시 세운 정자가 한수정이다.
9곡 도연 한수정에서 800m 정도 상류로 오르면 나북당 앞 운곡천 물길이 굽어 돌아가는 곳에 바위와 비녀소가 있고, 비녀소에서 배를 띄울만한 곳에 자라와 비슷한 바위가 있어 별암이라고 불렀다. 도연서원 터에는 현재 춘양중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춘양중학교 인근 삼층석탑(보물52호)은 동탑과 서탑으로 이뤄진 쌍탑으로 9세기경 건립된 탑으로 신라고찰 남화사의 터임을 말해 주고 있다.
춘양구곡은 태백산에서 발원해 1곡에서 9곡까지 약 8.4㎞에 이르며, 운곡천이 춘양의 가운데를 지나며 운치와 선비문화를 느끼게 해준다. 그런 이유로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춘양은 외진 산골이지만 덕망 높은 학자들이 은거하며 학문을 닦고, 제자 양성에 힘을 쏟아 덕이 높은 선비가 많이 배출됐다.
옛사람은 가고 없지만 오랜 세월이 깃든 풍경 속에 선비들의 문화가 살아있는 춘양 구곡으로의 봄 산책을 떠나보는 게 어떨까? 춘양구곡은 자동차로도 갈 수 있으며,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기에 도심의 번잡함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공간이다.
/류중천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