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리, 강학리, 대동1리 넓은 지역에 걸쳐 꽃길이 펼쳐진 경산시 와촌면은 자연 재해가 없고 일교차가 커서 모든 과일들이 맛 좋기로 알려진 곳이다.
복숭아, 자두, 사과, 배, 매실 등 유명한 과일들은 열매를 맺기 전 구석구석 꽃으로 피어나 꽃대궐을 이루고, 그 향기가 천리를 뒤덮을 정도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행지이기도 하다.
꽃구경을 위한 코스는 대구 관광객의 경우 능성동에서 시작해 고속도로를 타고 청통·와촌IC로 진입하면 된다. 대구와 경산의 경계 동구 능성동이 끝나면 능성동 고개를 넘어 팔공로를 따라 달리면서 꽃이 만드어내는 눈부신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후무사, 대석, 정상, 왕자두 등 이름도 가지각색인 꽃 모양이 조금씩 다른 듯 보이지만 초보자가 꽃만으로 자두의 종류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차도를 벗어나 음양리 마을에 들어서니 꿀을 찾아 날아드는 벌들의 분주한 날갯짓 소리와 자두꽃 향기에 취해 몽환적 세계로 빠져든다.
셔터를 누르는 곳마다 화보가 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나니 와촌의 명소로 빼놓을 수 없는 갓바위가 궁금했다.
“있는 소원은 물론 없는 소원까지 들어준다”는 갓바위를 향해 10분 정도 올라가 주차장 직원의 친절한 안내로 차를 세우니 파릇하게 돋아나는 나뭇잎들이 꽃처럼 예쁘다.
갓바위까지는 초보자의 느린 걸음으로는 40여 분, 잽싼 걸음으론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갓바위에 도착해 새겨진 부처 앞에서 코로나19의 종식과 모두의 편안함을 기원하고 내려오니 허기가 진다.
포털사이트를 검색해 ‘맛집’으로 자리 잡은 솔매기식당을 찾았다. 호박전과 해물파전이 유명한데, 특히 호박전은 늙은 호박으로 구워 ‘겉바속촉’(겉은 바삭 속은 촉촉)이다. 동동주와 곁들여 먹으니 맛집으로 소문난 이유가 충분히 짐작됐다.
식사 후엔 커피가 맛있다는 카페 도화지(桃花地)로 자리를 옮겼다. 2층으로 된 넓고 정갈한 베이커리 카페로 넓은 창으로 보이는 시골 풍경이 정겹다.
삼남매가 직접 굽는 맛있는 빵의 비결은 발효 원료로 청도복숭아연구소에서 개발한 효모를 사용하는 것. 펜션과 캠핑장도 겸하고 있는 베이커리 카페 도화지를 알게 된 것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돌아오는 길에선 벚꽃과 어우러진 진분홍색 복숭아꽃과 만났다. 경산의 특산품인 자두를 형상화한 조형물도 볼 수 있었다. 팔공산 자락의 맑은 공기와 큰 일교차, 풍부한 일조량으로 맛 좋기로 유명한 명품 경산자두가 출하될 6월에 다시 찾을 것을 다짐하면서 이호우 시인의 시 한 편을 떠올렸다.
살구꽃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 지고
뉘 집을 들어서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후략)
꿈결 같았던 하루를 정리하며 더 늦기 전에, 꽃이 지기 전에 봄이 절정으로 치닫는 와촌의 절경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길 소망해봤다.
/민향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