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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보존… 경주 ‘오릉’의 재발견

박선유 시민기자
등록일 2022-04-10 19:53 게재일 2022-04-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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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릉은 안과 밖이 모두 아름다운 풍경을 지녔다.

평소엔 적막한 느낌마저 드는 경주 오릉에 사람들이 찾아드는 시기가 있다. 새하얀 목련이 피어날 때다. 전통 기와 담장의 아름다운 선과 목련 나무가 잘 어우러진 곳이 흔하지 않다 보니 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다.

이 무렵이면 예비부부들은 웨딩 촬영을 하느라 여념이 없고, 대포 카메라를 챙겨 든 사진작가들은 여기저기에서 작품 사진을 찍고 있다. 그리고 간혹 모습을 드러내는 고라니들은 아이들에게 신나는 경험이다.


다만 임산부나 유아들은 갑작스런 고라니의 출연에 놀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담장 근처와 대나무 숲길이 고라니들의 주 서식지이므로 참고하기 바란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달라진 점이 생겼다. 이전에는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산책을 목적으로 오릉을 많이 찾았다면 최근엔 오릉 바깥에서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는 젊은이들이 늘었다는 점이다.


몇 년 전 심어진 벚꽃 나무가 보기 좋게 자라 담장 너머 넘어온 수양버들 나무, 그리고 오래된 소나무와 멋진 궁합을 보여준다. 그리고 길 건너 풍년떡집과 별다른 간판이 없이 이발소라는 것 만 알 수 있는 이발소가 인기 장소가 되었다.


필자가 방문한 날도 카메라를 챙겨 든 청년들이 열심히 촬영 중이었다. 몇 년 전부터 유행 중인 레트로 열풍의 영향일 것이다.


풍년떡집은 3대에 걸쳐 운영 중인데 지금은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손자 최원규(28)씨가 가업을 잇고 있다. 싹싹함이 몸에 배어 보이는 젊은 사장님은 예고 없는 방문과 질문에도 밝게 맞아주셨다.


떡집은 최원규 씨가 태어난 해 즈음 할머니께서 시작하셨고 아버지께서는 울산에서 운영 중이시다. 그리고 그 옆집 김정식(80)씨가 운영 중인 이발소는 자리 잡은 지 45년이 훌쩍 넘었다. 가구의 나무 재질이 오랜 시간이 지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도 손님이 한 분 계셨다.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필자의 질문을 손님께서 대신 전달해주신다. 코흘리개 시절 그곳에서 머리를 깎던 꼬마들은 이제 오십을 바라보는 중년이 되었다. 포토존이 된 바깥세상의 변화는 아직 체감하고 계시지 못한 듯했다.


일부러 꾸미지 않은 삶, 그대로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준다. 오릉의 재발견은 새로 정비하고 짓는 것보다 기존의 환경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관광도시로 유명한 경주에서는 깊이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박선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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