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에는 판매 전략도 진화한다. 시골길에 소박하게 펼쳐진 무인판매 상점은 아날로그적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안동댐에서 와룡면으로 가는 구불구불한 언덕길, 용정산 동쪽 중턱엔 동악골이 있다. 이곳에 언젠가부터 가림막 하나 펼쳐 놓고 “토종콩, 청국장을 2천 원에 판매한다”는 안내판과 나무 금고가 놓여 있다.
계절 따라 품목이 바뀌어 더러는 토마토, 부추(정구지), 파, 나물 한 단이 1천 원에서 2천 원의 가격표를 달고 팔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운탕집이 즐비한 동악골의 식사 손님을 상대로 하는 것인데, 그마저도 경사가 급한 길에 일부러 차를 세우지 않으면 그냥 스쳐 지나갈 위치에 홀로 서 있다.
그곳에서 물건을 파는 사연이 궁금했는데, 안내판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하니, 60대 주인장이 강아지 몽실이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그냥 내가 농사짓는 거 우예로 남아 파는 걸시더.”
자두 농사 지으면 남는 자두 내놓고, 메주 쑤느라 60말이나 받아놓은 콩이 남아 소분해서 파는 것인데 이렇게 난전을 편 것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고 한다.
“금액이 얼마 되지 않아 내내 지키고 앉아 팔 수 없으니 차려놓은 것”이라고, 주인장은 별게 다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때로는 그냥 들고 가는 사람은 없느냐”고 물어보니, “아주 가끔은 그러기도 한다”면서도 그것 또한 별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이다.
“그냥저냥 차 기름값이나 한다고 전 펴놨니더.”
자신은 됐으니 무인점포나 찍고 가라는 주인장이 몽실이를 데리고 총총 사라진다. 얼마 전 시내 밀키트 무인점포에 다녀왔는데, 그곳이나 이곳이나 간편하고 저렴하긴 마찬가지 아닌가. 무인판매 상점이 있는 시골마을의 봄 풍경이 무척이나 평화로워 보인다.
/백소애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