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던킨도너츠 대표 박경미씨
2020년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불청객 코로나19는 가족, 친척 그리고 이웃들과의 교류조차 허용하지 않을 만큼 우리의 삶을 절망의 늪으로 빠뜨렸다.
‘생명 지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고, 모든 것들이 제한됐던 그때가 정지된 그림처럼 잊혀지지 않을 기억으로 남았다.
하지만, 어둠은 영원한 게 아니라 새벽 빛을 잉태하고 있듯, 절망을 이겨내려는 움직임들은 아픔 속에서도 분주히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희망 만들기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경산시 던킨도너츠 꿈나무점 대표 박경미(39)씨도 그 중 하나다. 운영자가 된 지 5년째인 그녀는 소상공인으로서의 어려움을 묻자 “매장의 매출 감소보다 더 힘들었던 건 익숙하지 않은 방역수칙에 관해 고객들과 마찰이 있었을 때”라고 답했다. “처음 당하는 일이라 많이 힘들었다”고. 이제 그런 문제들은 해결되는 과정에 있다. 박 대표도 더불어 코로나19 극복과 새로운 시작에 힘을 쏟고 있다.
사회적 이슈가 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 속에서도 3년째 나눔을 실천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지난 2020년 2월 경산시에 갑작스럽게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했을 때 매장에 도넛을 구입하러 온 봉사자와 만나게 됐다. ‘나누는 게 나누는 겁니다’라는 자발적 나눔 운동가들이었다. 그들이 건네준 종이엔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다.
“기관이 아닌 소외된 이웃을 챙깁니다
누구나 따라 하셔도 됩니다.
누구나 참여 하셔도 됩니다.
혼자가 힘드신가요? 그럼 함께도 가능합니다
많이 나누는 게 나누는 게 아니니 적다고 망설이지 마세요.”
박경미 대표는 천으로 손수 만든 마스크, 과일, 양말, 우유 등의 음료와 각종 식료품, 단체급식을 위해 준비해뒀던 김치가 봉사자의 정성과 수고로 꼭 필요한 곳으로 전달되는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이후 자신도 도넛을 보내기 시작했고, 그게 벌써 3년째다.
“오래 전부터 나눔을 생각했습니다. 사실 저도 유년시절엔 여유롭게 살지 못했거든요.”
어려운 환경이지만 친정 어머니가 늘 봉사와 나눔을 실천했고, 지인이 젊은 나이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걸 보며 건강하게 태어난 것에 감사하면서 언젠가는 자신도 나눔을 시작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10대 때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출산과 육아로 바빴던 시절을 빼고는 계속 일을 해왔다는 박 대표는 던킨도너츠 매장을 운영하게 되면서 나눔의 작은 실천으로 빵 기부를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잠시 멈칫했는데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매장 방문을 계기로 자신도 봉사를 이어가게 됐다며 웃었다.
박 대표는 말한다. “사실 사회공헌이라고 할 만큼 큰일을 한 것도 아닌데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저도 아이 키우는 부모이기에 제 아이들이 이런 활동을 보고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 크니까 지속적으로 나눔을 실천할 계획입니다.”
박 대표는 친정어머니를 통해 나눔을 배웠고, 나눔의 실천을 아이들에게 전하려 하고 있다. 달콤한 도넛 하나를 먹는 순간만큼은 코로나19가 드리운 어두운 그늘이 걷히길 바라는 박 대표의 마음에서 2022년 봄이 전하는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민향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