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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매의 계절, ‘눌인 매화 숲’을 아세요?

박월수 시민기자
등록일 2022-03-29 20:06 게재일 2022-03-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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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군 현동면 눌인리 매화숲.
꽃 중의 으뜸으로 불리는 꽃은 매화다.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매화는 선비의 꽃으로도 불린다. 찬 서리 속 마른 가지 뚫고 꽃눈을 내미는 매화는 용기와 강단을 주는 꽃으로, 혹은 지적인 함의를 품은 꽃으로도 알려져 있다.

청송군 현동면 눌인리 산 99번지(안유시내 길 114)에는 십만 평이 넘는 임야에 약 7만 여 그루의 매화나무가 심겨있다. 고고학을 전공하고 영남대 박물관에서 학예연구원을 지낸 양도영(70) 씨가 숲의 주인이다. 2005년부터 10여 년 넘게 가꾸고 있는데 아직도 미완성이다. 민속학 연구를 위해 해외에 갈 때마다 명매의 가지를 구해 접목하여 길러냈다고 한다. 우리나라 고매(古梅) 정매(庭梅)의 후계목은 물론 중국, 일본, 베트남, 대만의 명매도 수만 그루다.


양도영 씨의 매화 사랑은 유난하다. 2020년 출간한 그의 저서 ‘매화 찾아 세계로, 중국의 탐매 명소 1’에는 중국의 매화 정원 70여 곳 중 11곳을 선정하여 실었다. 세계 근대회화사의 위대한 화가이며 20세기 중국 회화사의 영혼불멸의 인재, 중국에서 국보로 불리는 화가 장대천에 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다. 이쯤 되면 탐매를 넘어 혹매가(惑梅家)라 불러도 무방하다.


부산 출신으로 대구에서 공부를 하고 활동한 그가 청송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눌인리에 매화 숲을 조성한 이유가 재미있다. 순전히 눌인(訥仁)이란 이름 때문이란다. 어눌하지만 어진이란 뜻을 가진 눌인은 작고 수수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 아름다움을 알 수 없는 매화와도 잘 어울린다. 스스로를 낮추려는 양도영 씨의 철학이 돋보이는 이름이기도 하다.


워낙 지대가 높은 탓에 아직 눈뜬 매화는 많지 않다. 고목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명매뿐 아니라 세계의 명매가 모인 눌인 매화 숲은 머지않아 전국적인 탐매 명소가 되리라 기대한다. /박월수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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