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가 넘게 내려간 날씨에 용접봉 들고 불꽃 튀기며 작업했는데…”
함창 ‘마을미술프로젝트’ 금상첨화 길에 참가한 작가의 말끝에서 아쉬움이 섞인 허무함이 느껴졌다. 최근 다시 찾은 함창역은 쓸쓸하다. 입구에 설치됐던 함창역의 또 다른 이름인 ‘함창 커뮤니센터’란 간판은 보이질 않는다.
내부에 전시되었던 작품들도 그 자리에서 버티지 못하고 철거됐고 아스팔트에 그려진 명주실을 형상화한 하얀 선만이 실타래를 찾아가고 있다.
함창은 고대 고령 가야국의 도읍지로 1980년 함창읍으로 승격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은 3천400여 세대에 6천500여 명이 살고 있다. 전 고령가야왕릉을 비롯하여 2개의 보물을 갖고 있는 용화사 등 많은 문화 유적이 사람들과 함께 가까이서 살아가고 있다.
이곳에서 2014년과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2014 마을미술프로젝트 추진위원회와 상주시가 주관한 ‘생활공간 공공미술로 가꾸기 사업’이 2년간 이루어졌다.
지역 예술인들이 열정으로 참여하여 ‘금상첨화 길’이 만들어지고 2016년 ‘함창 마을 미술 아트로드 퍼레이드’를 계기로 마을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가 마련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금상첨화 길과 축제를 돌보는 일은 하늘의 몫이었다. 막대한 공적자금을 들여 마련한 ‘예술의 길’과 어렵게 마련된 축제의 장을 제대로 활용할 계획을 상주시는 준비하지 못했다.
함창전통시장으로 명주실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걸었다. 누에고치를 형상화한 작품은 여전히 시장 천장 높이 매달려 있다. 전시공간으로 활용되던 건물 벽에는 ‘함창협동예술조합’이란 간판과 ‘2016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박람회 우수 마을’이라는 작은 표지판이 함께 눈에 들어왔다. 다만 지금은 갤러리로서의 용도는 잃어버리고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명주실은 세창도가로 이어져 있다. 몇 년 전까지 세창도가 입구에는 ‘미술관 세창 酒遊所(주유소)’라는 입간판이 커다랗게 서 있었으나 역시 보이질 않고 철창문만 굳게 잠겨 있다.
술도가인 공간을 미술관으로 디자인한 곳으로 이색적일 뿐만 아니라 작품성 또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은 금상첨화의 핵심적인 공간 중 하나다. 이제 이곳은 술을 빚지도 못하고, 예술을 빚지도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장소가 돼있다.
함창이라는 마을은 아름답다. 역사와 문화 그리고 현대적 예술로 금상첨화인 곳이다. 또한 사람들 역시 오랜 지역성을 근간으로 생활해 오고 있어 결집력 또한 뛰어나다.
이제 누군가는 엉킨 명주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함창을 걸으면서 행복을 가꿀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한다. 아마도 시작은 ‘금상첨화 길’의 복원과 보완 그리고 내실 있는 운영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동수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