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자전거 박물관 앞을 지나가는 길도 있다. 한 차로만 허락돼 있어 신호에 맞추어 교대로 통행해야 갈 수 있는 북쪽 길이다. 가끔은 고라니, 다람쥐, 나비, 새들이 마중을 나오는 길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 길은 굽이치는 고개를 넘어야 하는 동쪽 길이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물을 닮은 길이다. 이렇듯 문학관 가는 길은 조금의 수고로움을 관람료로 미리 지불해야 갈 수 있는 곳이다.
어느 길을 선택하더라도 상주시 중동면 갱다불길 100번지에는 낙동강을 닮은 ‘ㄱ’자 한옥의 낙동강문학관을 만날 수 있다. 영남인들 삶의 기록이자 생명이고 미래인 낙동강을 곁에 두고 낙동강 문학의 어제와 오늘을 간직하며 내일의 문학을 열어가고자 하는 상주 문인들의 염원이 담긴 곳이다.
대지 2천552㎡ 건평 405㎡의 규모로 지난해 가을에 개관했다. 아담한 문학관 중앙홀에는 영호루, 관수루, 영남루, 낙동강 3대 루의 시문을 동영상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제1실 ‘낙동강과 상주문학’에는 16명의 역대 상주 문인과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경유의 시평집인 ‘창해시안(滄海詩眼)’과 최초의 한글 소설로 평가받는 ‘설공찬전’을 지은 채수 선생에 대한 소개가 있다.
제2실 낙강시회실에는 700년 시(詩)놀이 낙강시회를 잇는 낙강시제가 소개돼 있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1196년 이규보의 시회(詩會)로부터 1862년 류주목의 시회까지 666년 동안 51회의 시회 중에서 대표적인 시회를 담았다.
1622년 임술년에 기록한 한시첩 ‘낙강범월록(洛江泛月錄)’의 시 정신을 이어받아 2002년에 재현한 낙강시제와 이후 매년 발간한 시선집 ‘낙동강’을 통해 시(詩) 공간의 확대와 심화를 볼 수 있다. 그리고 1862년 낙강시회의 시문과 풍경을 그린 합강선유록(22.47m)이 옛일을 되살리고 있다.
제3실에는 ‘동시의 마을 상주’를 일군 신현득, 김종상 시인을 비롯해 22명 상주 아동문학가의 약력과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근현대 상주문학의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문학관 앞뜰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황홀하다. 노음산에서 내려오는 저녁 햇살이 낙동강에 부딪혀 하늘로 올라가는 풍경은 ‘불멍’과 ‘물멍’이 함께 가능한 곳이다. 경천섬을 비롯해 수상 둘레길, 학전망대, 청룡사 등 느리게 걸을 수 있는 품격을 갖춘 상주의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시 한 편 읽으며 걷기에 좋은 봄이다. 박찬선 관장은 “물의 집에는 모두가 산다. 사람, 풀, 나무, 새들도 산다. 저물녘 강가의 사랑도 외로움도 산다. 풀지 못한 삶의 의미도, 가슴에 담긴 꽃길의 슬픔도 애틋하게 생각한다. 저마다의 모습으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구름의 집에는 설계가 없다. 물의 집은 자유롭다”는 말로 낙동강문학관을 안내해줬다.
/김동수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