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은 말만 들어도 설레고 행복해진다. 코로나19로 피로해진 심신에 봄기운과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백두대간 협곡열차(V-train) 타고 여행을 떠나보자.
봉화 분천역에서 철암역까지(분천역~비동승강장~양원역~승부역~석포역~철암역) 약 28㎞ 백두대간 협곡구간으로 낙동강 최상류 물길을 따라 이어진 기찻길에 백두대간 협곡열차가 시속 30㎞ 느린 속도로 운행되고 있다.
기차가 아니면 갈 수 없었던 첩첩산중. 구비구비 강줄기 따라 비경이 펼쳐지는 기찻길과 간이역 하면 떠오르는 소소한 추억의 풍경들을 느낄 수 있도록, 오지 간이역에서 쉬었다 가는 감성 열차여행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수려한 풍경도 좋지만 감동적인 영화 ‘기적’의 실제 배경인 양원역을 경유하고, 환상 눈꽃과 “하늘도 세 평, 땅도 세 평”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승부역도 경유한다. 시발역인 분천역 일대는 산타마을이다. 그래서 가족여행, 연인여행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협곡열차 내부는 사방이 확 트인 개방형 통유리로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고, 겨울에는 히터 대신 난로를 피우고, 여름에는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돌리는 감성 아날로그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터널을 지날 때는 지붕 위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를 이용한 조명이 밤하늘 별빛처럼 황홀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백두대간 협곡열차 백호 무늬의 외곽 디자인은 백두대간 호랑이의 기상을 표현한 것이며, 백호기관차와 진홍색 객차가 눈에 확 들어온다.
영화 ‘기적’으로 세상에 알려진 양원역은 최초의 민자역이며 세상에서 가장 작고 아름다운역이다.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원곡마을과 울진군 서면 전곡리 원곡마을은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원곡마을은 물길로 인해 기차가 아니면 학교를 가거나 춘양장에 갈 수 없던 오지로 원곡마을에서 분천역까지는 기찻길로 6.2㎞, 승부역까지는 3.7㎞를 걸어가야 했었다. 터널을 지나고 철교를 건너고 기차를 피할 수 없는 곳에서는 목숨을 내어놓고 다녀야 했던 안타까움을 지닌 섬 같은 오지 주민들. 철길로 걸어다니다 미처 기차를 피하지 못해 1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다친 사람도 부지기수. 철교에서 강물로 빠진 사람도 있었다는 가슴 아픈 사연들이 전해온다.
춘양장을 보고 돌아올 때는 기차가 마을 앞을 지날 때 무거운 보따리는 기차 밖으로 던져 놓고 사람은 승부역에서 걸어서 내려왔다고 한다. 1988년 역을 만들어 달라고 눈물로 쓴 탄원서가 대통령께 전달이 되고 마침내 간이역 허가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철도청에서는 역을 못 만들어 준다고 하니 마을 주민들이 삽과 괭이를 들고 나와 역사를 만들었다. 그것이 지금의 양원역이다. 양원역이라는 이름은 원곡이 강 양쪽에 있으니 양원역으로 정했다고 한다.
양원역은 시멘트로 만든 약 3평의 건물로 파란색 슬레이트 지붕이고, 역사에는 긴 나무의자와 시계, 열차시간표와 거울이 걸려 있는 게 전부다. 산이 에워싸고 강물이 가로막아 아무나 갈 수 없었던 오지 중 오지 협곡. 그곳에 가면 우리가 잊고 있던 계절 본연의 얼굴을 맞이할 수 있다.
얼었던 강물도 봄을 준비하기 위해 서서히 녹아 맑은 물소리가 들리고, 산길 따라 굽이굽이 들어가서 만나는 자연,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협곡의 비경은 경이롭다.
산길, 물길, 기찻길이 함께 하는 낙동강 최상류, 태곳적부터 자연이 미리 약속해둔 강을 따라 얼었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있다. 기찻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낙동강 물길은 가파른 협곡을 휘감으며 나아간다.
봄을 맞으러 떠나는 기차여행. 봉화 백두대간 협곡열차 여행으로 삶의 무게도, 코로나19로 지친 심신도 잠시 위로받으면 어떨까?
깊고 깊은 산골짜기에도 봄이 찾아오고 물소리가 가득한 그곳. 경북 봉화 산타마을 분천역, “하늘도 세 평 땅도 세 평” 승부역, 영화 ‘기적’의 이야기를 간직한 양원역을 찾아 느린 여행을 떠나보자. /류중천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