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경산시 자인면에서 5일 간격(3일과 8일)으로 열리는 ‘자인장’을 찾았다. 자인장은 시골의 작은 시장임에도 돔배기와 간갈치가 전국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전통시장이다.
입춘을 지나 우수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떡 하니 버티고 자리를 내어주지 않으려는 동장군의 기세가 무색하게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전통가요 가락에 맞춰 장터가 들썩들썩 따뜻한 봄기운이 넘쳐난다.
이른 시간이니 손님들이 별로 없으려니 생각하고 어물전부터 가봤는데, 오늘도 간 갈치와 돔배기를 진열한 상점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다. 계량의 법칙은 주인의 손과 마음에 달렸다. 잡히는 만큼 잘라주는데도 신기하게 이의를 다는 사람이 없다. 그저 묵묵히 순서를 기다릴 뿐. 한참 만에 갈치를 사 들고 노점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영춘화, 설중매, 대추나무, 동백꽃, 영산홍 등 봉오리를 머금은 묘목들과 꽃이 활짝 핀 화분들, 그 옆으로는 자연 바람과 햇빛 아래서 자란 냉이, 동초, 딸기, 전통방식으로 띄운 메주, 나물 등이 골목 안에 가득이다.
냉이 한 소쿠리. 도라지 그리고 당장 필요 없는데도 “젊은이, 이것도 사세요”라는 말을 뿌리칠 수 없어 주섬주섬 사고 또 사니 굽은 등을 겨우 펴 물건을 건네주는 어르신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고맙고메이.”
“복 많이 받그라.”
그 모습에 문득 그리운 어머니가 떠올라 가슴이 뭉클했다.
복잡한 시장을 돌아 나오다가 깜짝 놀랄 만큼 큰 버섯을 발견했다. 길이가 30㎝가 넘는 버섯은 생전 처음이라 신기해 이것저것 질문하고 관심을 보이자 입담 좋은 아저씨는 신이 났는지 손님들에게 두세 개씩 덤을 마구 넣어주시며 맛과 효능에 대해 자랑이 흐드러졌다.
갈치와 돔배기 뿐 아니라 왕느타리버섯 파는 아저씨까지 자인시장 명품으로 등극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 가는 줄도 몰랐는데 어느새 두 시간을 훌쩍 넘겨 점심시간. 욕심껏 구입한 물건이 양손 가득이다.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을 한쪽에 밀어 놓고 자인전통시장의 먹을거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수구레국밥집에서 국밥 한 수저로 얼었던 몸을 녹인다.
편리함을 갖춘 대형마트에 밀려 존재가치가 희미해져가는 전통 5일장은 서민들의 희로애락이 가득한 삶의 터전이다. 막걸리 한잔, 칼국수 한 그릇에 아픔도 사랑도 녹여내는 전통시장이 오래오래 우리 곁에 머물러 화합과 치유의 장으로 역할하길 바란다. /민향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