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비 유람길 ‘봉화 예던길’에서
이 길을 복원한 예던길은 다니던 길이란 뜻으로 선현들이 걸었던 길이라는 의미다. 예던길은 낙동강 시발점 공원에서 청량산 입구까지 9.5km 구간으로 낙동강의 물줄기 굽이굽이 흐르는 강변로를 따라 이어지며 청량산 인물이야기 길, 건강의 길, 낙동강 수변생태의 길 등으로 구성돼 있다.
빼어난 풍광과 때 묻지 않은 자연, 올곧은 선비의 숨결이 묻어있는 예던길은 코로나19 사태로 피로한 심신을 달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퇴계가 열세 살 때 숙부 송재 이우를 따라 처음 청량산을 오른 이후로, 청량산은 퇴계 일생에 이상향과 같은 곳이었다.
자신을 ‘청량산인’이라 불렀으며, 예순네 살에도 이 길을 따라 청량산을 간 기록이 전해온다. 예던길에는 옥빛의 백용담 소가 있으며 강을 가로질러 선유교 다리가 있다. 선유교에서 바라보는 백용담 소의 풍경은 예술이요 비경이다.
죽마고우 벽오 이문량을 기다리다 밝아오는 풍광 앞에 더 이상 지체 할 수 없었던 퇴계는 시를 읊으며 먼저 출발했다.
“나 먼저 그림 속으로 들어가네/푸르다 못해 옥빛이 눈부신 백용담 소에”. 병풍을 두르듯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턱걸바위와의 조화는 한 폭의 수채화다.
퇴계는 어린 시절부터 들락거리던 청량산 맞은편 만리산 계곡에 있는 관창폭포를 유람하고 그 풍경에 감탄하는 네 수의 시를 남겨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예던길의 또 하나의 절경이다. 오마교에서 바라보이는 청량산과 강물에 투영된 청량산은 황홀한 풍경이다. 부드러운 강물과 우아한 청량산의 조화는 자연이 주는 최고의 걸작이다.
오마교란 이름은 황건적의 난을 피해 청량산으로 피난 왔던 공민왕의 마차를 끈 청량산 오마(다섯 마리의 말)에서 따왔다고 한다.
예던길과 마주보며 이어진 35번 국도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다.
세계적인 여행정보지 미슐랭 그린가이드가 유일하게 별을 준 한국 최고의 길로, 청량산(예던길)구간은 그림 같이 아름답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퇴계의 시적 감흥을 예던길을 걸으며 체험할 수 있고, 무심한 세월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아름다운 풍경은 선인들의 발자취와 이야기들을 품고 있어 더 빛난다. 산 그림자를 포근히 담은 물줄기 따라 걷는 예던길은 ‘언택트 여행’에 안성맞춤이다.
/류중천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