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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존주의자다

등록일 2022-02-06 20:08 게재일 2022-02-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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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위덕대 교수·일본언어문화학과
이정희위덕대 교수·일본언어문화학과

나는 종종 주위 사람들에게도, 학생들에게도 실존주의자라고 말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반응은 “어머, 그래요”, 또는 “그런데, 실존주의가 뭐에요”라고 묻는다.

지금 이 시대야말로 실존주의 철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양철학의 토대를 마련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3인방인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궁극적인 질문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였다. 이 질문이야말로 철학에서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근본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질문에 끌리는 사람은 분명 실존주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실존주의자는 실존주의 철학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지 않고서는 실존주의자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존주의에 대해서 많이 안다고 해서 실존주의자인 것도 아니다. 실존주의의 대표적인 철학자 사르트르는 우리들이 언제 무엇을 하든지 자신이 선택한 행동에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그가 최고의 실존주의자로 추앙받는 이유는 진정으로 실천하고 행동하는 철학자였기 때문이다.

며칠 전 오랜만에 서점에 들렸다가 ‘실존주의자로 사는 법’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보물이라도 찾은 것처럼 신나게 사가지고 나왔다. 실존주의는 자유와 개인의 선택에 대한 철학이며, 성실과 용기를 무기로 삼아 현실을 직시하고 사물을 철저하게 통찰하는 법을 이야기 하는 철학이라고 설명해 놓았다. 그동안 내가 읽은 책 중에서 실존주의에 대해서 이렇게 간단하고 단호하게 정의한 책은 없었다. 나는 진정한 실존주의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을 철저히 파헤쳐 봐야겠다. 현재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는 어떻게 발생했으며, 코로나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으며,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어떻게 전개 될 것인지 분석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각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진지하고 치열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이 세계는 우리가 끊임없이 능동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우리 안에 엄청난 힘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잠재력 발견이야말로 실존주의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계획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항목이다.

실존주의자를 정리하면, 무슨 일이든 해낼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 어떠한 상황이든 변명을 하지 않는 사람, 결코 나약하지 않으며 진실하고 성실한 사람, 인간의 존엄과 자존심과 위엄을 당당히 지키는 사람, 정의롭지 않은 일에 의연히 맞서는 사람, 자신과 적당히 타협하기를 거부하는 사람, 다른 사람이 원한다는 이유로 그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하기를 거부하는 사람, 인생의 역경 속에서도 부단한 노력을 통해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들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역시 실존주의자가 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끔찍하게 불공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존주의자적인 자세로 올바른 삶을 목표로 살고자 한다면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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