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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정신으로 세계적 포항문화 만들 것”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2-01-16 18:48 게재일 2022-01-1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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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작가 이대환<br/> ‘박태준 평전’ 저자로 10주기 추모행사 맡아<br/>“제대로 진용 갖춘 문화 거점 도시 구축돼야”
이대환 작가

“유토피아란 인간의 관념과 이념이 그려내는 허구의 세계다. 역사의지의 길은 자유와 평등의 최대공약수를 확보해나가는 험난한 역정이다. 이게 진보다.”

장편소설 ‘겨울의 집’‘슬로우 불릿’‘붉은 고래’‘큰돈과 콘돔’‘총구에 핀 꽃’ 등 시대적 격랑에 표류하는 개인의 운명을 큰 서사구조에 밀도 높게 창조해온 포항 출신 이대환(64) 작가의 말이다.


코로나19 어둠이 영일만 호미곶이란 지명을 유난히 돋보이게 해주는 임인년 새해,‘박태준 평전’의 저자로서 지난해 12월 주인공 10주기에 ‘박태준생각’ ‘청년의 꿈 박태준’을 펴내고 뜻깊은 추모행사를 꾸려나갔던 이 작가와 지난 15일 만나 문화·정치·비대면 등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유럽에서 나온 수작(秀作)의 평전에 비견할 만한 책이 나왔다’는 것이 이대환 작가의 ‘박태준 평전’에 대한 서평이었다. 지난해 12월 13일은 박태준 포스코 창립회장 서거 10주기였다. 주인공의 인생을 간략히 정리한다면?


△선생은 1967년 가을부터 1992년 가을까지 장장 25년에 걸쳐 대한민국의 ‘궁핍시대에서 융성시대까지’ 튼튼한 철교(鐵橋)를 건설한 거대공사 현장의 총감독이었다. 그 시대적 사명을 선생은 스스로 ‘제철보국’이라 명명했고, 제철보국을 이룩한 그 힘으로 14개 학교를 세워 한국 최고 명문으로 키워내고 포스텍(POSTECH)을 설립해 세계적인 이공계 대학으로 육성하는 ‘교육보국’을 실현했다. 정신적 원천은 천하위공(天下爲公), 즉 사욕(私慾)을 초월하는 사상이었다. 천하위공을 엔진으로 장착하고 제철보국과 교육보국의 두 레일을 따라 완주한 역정에서 위대한 공적이 창조됐다.


-이제부터는 박태준 회장의 정신을 포항의 문화 브랜드로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데?


△시의적절해 보인다. 주의할 것은 공적을 가능하게 했던 정신, 고뇌, 투쟁에 대한 공부와 공감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좋은 방안이 있나?


△가령,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사단법인을 조직해서 공부와 공감의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그런데 문화와 무슨 상관이냐고 갸우뚱거릴 사람도 있겠다. 어느 지역사회의 문화수준이란 그 공동체를 이룬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가치관의 평균수준과 거의 일치한다. 포항정신이 곧 포항문화라고 할 수 있다. 박태준정신, 박태준생각이라는 이 무형의 유산을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포항의 정신으로 정립하는 일은 세계적인 포항의 문화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 되는 것이다.


-오는 3월 9일은 대통령선거일이다. 국가 차원에서든 지역 차원에서든 또다시 분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염려도 대두하고 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분열과 대립이 격화돼서 마치 해방 직후를 불러낸 것처럼 아슬아슬한 때도 없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잘 건너왔다. 전쟁의 트라우마를 가라앉히며 빈곤의 사슬과 독재의 사슬을 동시에 극복하고 경제와 문화의 일류국가를 만들어낸 우리 국민은 어느덧 위기를 슬기롭게 다스리는 집단지성도 발휘할 줄 안다.


임인년 새해, 지금은 ‘정치의 통합’과 ‘통합의 정치’를 분별해야 한다. 정치의 통합은 불가능하고, 해서도 안 된다. 그것은 일당독재의 전체주의체제 아닌가? 전체주의는 끔찍하다.


통합의 정치는 바람직한 것이고, 추구해야 한다. 서로의 공적과 과오를 인정하는 가운데 합리적으로 경쟁하는 정치가 통합의 정치다. 통합의 정치가 국민통합의 길도 열어준다.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야 우리의 경제와 문화에도 부끄럽지 않은 한국정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인간의 삶을 근원적으로 크게 바꿀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마스크 없이 못 나가고, 비대면으로 수업하고, 여행 못가고, 어울려 못 지내고, 플랫폼 기업이 활활 살아나고, 가수 뽑기 방송이 인기 끌고, 인문학 독서 따위는 스마트폰 정보로 대체하고, 가전제품 수요가 급증해 철강제품도 잘 팔리고, 화이자가 백신 팔아서 엄청나게 돈을 쓸어 담고, 공동체를 위해 무조건 백신 맞아야 한다는 강제에는 전체주의적 망령이 어른거리지만 그것을 주시하는 목소리를 ‘정신 나간 자유방임주의’로 내몰고…, 대강 이런 현실이니까 반문으로 답을 대신하겠다. 인간의 생로병사는 그대로 아닌가? 돈을 벌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것도 그대로 아닌가? 비대면으로는 사랑도 우정도 완성될 수 없는 거 아닌가? 인간성이 더 메말라서 과거에는 아름다운 낭만으로 대접받던 일마저 이제는 ‘뭇매 댓글의 표적’ 아닌가? 양극화의 부조리는 더 악화되고 있지 않나? 비대면으로는 남북관계도 평화적으로 풀어낼 수 없는 거 아닌가? 이른바 신냉전체제가 정립되면서 그 경계지대에는 전운(戰雲)마저 모여들고 있지 않나?


-그러고 보니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융합’을 주창한 목소리가 한때 유행이었나 싶을 정도로 잠잠해졌다.


△코로나19와 대선 정국이 다 덮어버린 형국이니…. 인공지능(AI)에게 인문학마저 맡길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비밀마저 인공지능이 풀어버린다면 인문학은 없어져도 그만이겠는데…. 세상은 돌고 돌지 않나? 자동차, 자동차 하다가 둘레길, 둘레길 하고 있지 않나?


-마지막으로, 포항에서 문화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을 한 가지만 바란다면?


△제대로 진용을 갖춘 거점이 있어야 한다. 바이오는 포스텍이 거점이다.‘박태준’의 이름을 걸고 그에 걸맞은 거점을 갖춘다면, 포스텍이 바이오의 거점이 되어 있듯이 그 거점은 포항정신, 포항문화의 거점이 될 것이다. 박태준처럼 크게 보고 멀리 보는 리더십은 그런 거점을 만들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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