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월수 시민기자
꽁꽁 언 날씨엔 썰매가 제격이다. 휴일을 맞아 할아버지 댁에 놀러 온 손녀가 아빠와 함께 썰매를 타고 있다. 청송 안덕에 있는 소하천이다. 할아버지가 직접 앉은뱅이 썰매를 만들어 줬다며 초등 2학년인 아이는 신이 나서 자랑한다. 썰매를 끌며 덩달아 행복해진 아빠의 얼굴이 사뭇 달떠있다. 안덕에서 사과 농사를 지으시는 아버님을 뵈러 부산서 가끔 들른다고 했다.
썰매를 만들며 할아버지는 또 얼마나 뿌듯했을지 안 봐도 알 것 같다. 아쉬운 대로 썰매 끝에 나일론 끈을 묶어주며 아들에게 손녀와 놀아주라 당부한 할아버지 마음이 보인다. 송곳 끝에 힘을 주며 방향을 바꾸는 아이는 이미 놀이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조용한 듯 보이지만 온 몸의 감각이 놀이에 동원되었다. 어릴 적 우리들이 하던 모든 놀이가 그랬다. 오징어 게임, 비석 치기, 고무줄놀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방학이라도 마스크를 끼고 학원을 다니는 초등생들이 넘쳐난다. 아이들은 조금의 여유가 생기면 스마트폰을 펼치고 시간을 보낸다. 눈과 손이 폰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당연하다는 듯 폰이 친구가 되었다. 대화 역시 폰에서 손가락으로 주고받는다. 그 아이들이 커서 어릴 적을 추억한다면 어떤 것이 떠오를까 궁금하다. 스스로 몸을 움직이고 또래들과 부대끼며 보낸 기억을 아이들 마음속에 담아줄 수는 없을까.
저 겨울 거랑에 썰매 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넘쳐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