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만큼 살았다는 보통의 착각’<br/><br/>이근후 지음·가디언 펴냄<br/>인문·1만5천원
베스트셀러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의 저자이자 여든여섯의 나이에도 왕성한 저작물을 펴내고 여전히 강단에 서는 영원한 ‘현역’ 정신과 의사 이근후 이화여대 의대 정신과 명예교수의 신작 ‘살 만큼 살았다는 보통의 착각’(가디언)이 출간됐다.
정신과 전문의로 50년간 환자를 돌보고 학생을 가르친 뒤 최근 인기 유튜버로도 활약하고 있는 노학자가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두려워지는’ 기성세대들에게 44가지 삶의 통찰을 전하는 책이다.
저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남은 생을 무엇을 하면서 보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인생 후배들에게 스스로 살아본 인생을 돌이켜 깨달은 삶의 이치들을 때론 유쾌하게 때론 다정하게 들려준다.
가족 간에 일어나는 문제는 물론 사회생활에서 모두가 겪어야 하는 과제들, 그리고 인생의 의미와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자기만의 해법,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을 지혜롭게 판단하고 처리하는 삶의 예지를 제시한다.
이 책에는 나이 듦에 관해 풀어낸 심리서이면서도 인문학적 깊이와 에세이를 읽는 듯한 재미가 모두 담겨 있다. 내용 전체를 시종일관 유쾌하게 지탱하는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명제를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고 독자들이 스스로 그것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즐거움과 감동을 가져다준다.
76세에 고려사이버대 문화학과를 최고령으로 졸업한 이근후 교수가 맨 먼저 전하는 지혜는 ‘깨달음이 주는 가치’.
이 교수는 “죽기 전까지 늦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앞만 보고 살아왔다’고 토로하는 중장년 세대의 경우 나이에 맞게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하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식의 잣대를 들이대고 그에 맞춰 자세를 낮추거나 틀에 박힌 행실을 요구하곤 한다. 그런 이들에게 이 교수는 무의식적으로 지니고 있는 자신의 생활 습관을 반성하고 성찰해서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것에 즐거움과 희열을 느끼며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것을 조언한다.
이 교수는 나이 들수록 털어내야 할 감정 중 하나로 ‘원한’을 꼽는다. 흔히 원한은 ‘타인을 용서함’으로써 해결되리라 여기지만, 그는 진정한 용서란 ‘자신을 용서함’으로써 이뤄진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노여움, 원한 등 부정적인 감정을 슬기롭게 승화하는 방법은 ‘유머’라 일컬는다. “말이나 글이나 모두 내 생각이나 뜻을 상대방에게 올바르게 전하기 위한 것이다. 뜻에 대하여 듣지 않고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과 글도 있지만 심오한 뜻을 응축하여 짧은 말이나 글 속에 담아서 전하는 경우도 있다. 그 뜻을 헤아려 이해한다면 한 차원 수준 높은 소통이 될 것이다. 이젠 남이 먹여 주는 행복을 먹지 말고 나 스스로 행복을 만들자. 내 마음 그릇이 넘치도록 말이다.” (p.173)
1935년 대구 태생인 이근후 교수는 국내 최초로 폐쇄적인 정신 병동을 개방 병동으로 바꿨고 정신 질환 치료법으로 사이코드라마를 도입했으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우리나라 정신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퇴임 후 아내와 함께 (사)가족아카데미아를 설립해 청소년 성 상담, 부모 교육, 노년을 위한 생애 준비 교육 등의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