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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연기에 어린이집 휴원까지 아이 맡길데 없는 맞벌이 발 동동

김민정기자
등록일 2020-03-01 20:23 게재일 2020-03-0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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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 교대로 휴가 쓰며 육아<br/>불안감에 돌봄 이용도 힘들어<br/>코로나19 장기화 우려 목소리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어린이집에 열흘간 휴원 조치를 내리자 학부모들이 육아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자 정부는 오는 8일까지 어린이집 휴원 조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앞서 지난달 23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을 일주일 연기한 데 이어 어린이집 휴원으로 아동·청소년의 이동을 최대한 막고 추가 감염자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들은 어린이집 휴원 조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만 1세 아이를 둔 워킹맘 유모(35·포항시 남구)씨는 “어린이집이 휴원에 들어가 친정 엄마께 아이를 맡기고 출근했다”며 “이런 도움 없이 아이를 돌보려면 남편과 번갈아 휴가를 써야 하는데 사태가 장기화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어린이집 긴급돌봄을 운영한다고 밝혔지만, 맞벌이 가정에서는 이마저도 주저하는 분위기다. 부모가 긴급돌봄을 요청하면 어린이집에선 당번교사를 배정해 보육을 제공해야 하는데, 대부분 아이가 등원하지 않는 상황이라 신청하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감염 우려 탓에 긴급돌봄 신청을 꺼리고 있다. 다른 아이든 돌봄 교사든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면서 ‘일단 가족끼리 해결해보겠다’고 생각하는 가정이 많다. 보통 돌봄공백이 발생하면 보육 수요가 따라 늘기 마련이지만, 감염병 유행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수요가 오히려 줄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5세 아이를 키우는 강모(40·포항시 북구)씨는 “2주 전까지만 해도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돌봄 신청자가 많아 대기 상태였다가 겨우 배정받았는데 지금은 부모들이 하나둘씩 취소하고 있다”며 “양가 부모님은 부산에 계시고 아내도 직장에 다니고 있어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지만 긴급돌봄을 신청하자니 돌봄 교사의 동선이나 감염 여부를 알 수 없어 꺼림칙하다”고 말했다.

아이를 학교나 기관에 보내지 못하고 가정 보육을 하고 있는 학부모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5세와 7세 두 자녀를 종일 돌보고 있는 주부 신모(42·포항시 북구)씨는 “어디 나갈 곳도 없고 집에서 삼시 세 끼 아이들 식사 준비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며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유튜브를 뒤져 간식거리 아이디어를 찾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아 지친다”고 털어놨다.

포항의 한 사립 유치원 원장은 “지역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보니 전염이 우려돼 어린이집 대신 집에서 돌보려는 부모들이 많다”면 “맞벌이 가정에서도 부부가 교대로 휴가를 내거나 조부모 등 친지에게 맡기겠다며 돌봄을 취소하기도 하지만 학부모들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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