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경비로 축·부의금 전달하고<br/>금품·물품 불법 제공 잇단 적발<br/>대구경북 수십건 고발·경고 조치<br/>위탁선거법 따른 ‘깜깜이 선거’에<br/>물밑 조직 단속도 역부족 드러나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3월 13일)가 혼탁·과열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불·탈법으로 얼룩지고 있다. 지역 선거관리위원회가 조합장 선거와 관련한 불·탈법 행위 예방과 단속 활동 강화에 나섰지만 물밑 불법선거운동을 잡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13일 대구·경북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사전선거운동과 금품제공 등으로 고발 조치된 사례가 9건, 경고 13건에 이른다.
대구의 경우 지난달 달성군선관위가 조합원들에게 축의금과 ·부의금, 찬조품 등을 제공한 혐의(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로 모 농협 조합장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3월부터 최근까지 조합원 경조사에 조합 경비임을 밝히지 않고 조합 명의로 모두 192차례에 걸쳐 축·부의금 2천420만원을 내고 법인카드로 구매한 30만원 상당 물품을 향우회 등 행사에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북에선 김천시선관위가 고교 동기 모임에서 음식을 제공하고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모 농협 조합장 B씨 등 모두 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산시선관위는 농업협동조합법이 정하는 직무상의 범위를 벗어나 추석을 앞두고 일부 조합원과 고액 예금자 등 지인 450명에게 쌀(3kg·1만원 상당)과 법주세트(세트당 1만5천원)를 돌린 혐의로 경산의 모 농협조합장 C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경주에서 조합원 7명에게 결혼 축의금을 건넨 모 입후보예정자가 적발됐고 지난해 11월에는 경산에서 조합원들에게 설·추석 명절 선물을 돌린 현직 조합장이 검찰에 고발됐다. 최근 포항시북구선관위는 선거 앞두고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로 포항축협 입후보예정자를 경찰에 고발했다.
각 지역의 선관위는 이밖에 부적절한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거나 인쇄물을 제작한 입후보예정자 등 13건은 경고 조치했다.
대구·경북지방경찰청도 수사전담반까지 설치했지만, 조합장 선거권자가 조합원으로 한정돼 조직 자체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단속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선거가 다가올수록 혼탁·과열 양상이 심화될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은 현 조합장이 가진 권한에 비해 경쟁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선거가 한정된 공간과 특정된 유권자들에 의해 치러지는 것도 위법·탈법 행위가 만연하는 요인이다. 예비후보 기간이 없는 데다 후보자 본인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연설 등도 할 수 없다.
‘입과 발은 풀고 돈과 흑색선전은 묶겠다’는 의도로 제정된 위탁선거법이 조합장 선거를 ‘돈 선거’, ‘깜깜이 선거’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후보자들에게 정책발표의 기회를 제공하고 신인을 위해 예비후보자 제도를 도입하자는 등 선거운동 방식의 종합적인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중앙선관위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이 1회 선거 이후 법 개정을 지속해서 추진해왔다. 또 주승용 의원 등이 예비후보자 제도, 배우자 선거운동 허용, 정책토론회 등을 담은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지만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게다가 전국 농·축협 조합장들도 ‘위탁선거법’을 개정해달라고 국회와 중앙선관위에 건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2회 선거 역시 큰 틀에서는 지난번 선거와 동일한 법안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단 지난해 1월 19일 ‘공공기관 등 위탁선거에 관한 규칙’이 일부 개정됨에 따라 선거운동기간 중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 운동과 전화 및 문자메시지를 통한 선거운동은 가능해졌다.
도 선관위는 이번 조합장 선거부터 선거범죄 신고포상금 최고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늘리고 신고자 보호제도와 자수자 특례제도를 통해 신고·제보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위탁 선거법상 후보자나 선거권자가 사전선거운동, 허위사실 공표 등 선거 제한·금지행위 위반 시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또 금품·물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받은 자에게는 받은 금액이나 가액의 10∼50배의 과태료가 부과하고 100만원을 초과한 경우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의 대상이 된다. 단 자수하면 과태료를 면제한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