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정 화<br />
오릉을 옆에 두고 달릴 때 공중에서 퍼져 나오는 그들의 소리를 들었다 비상등을 켜야지 덤프트럭이 경적을 울린다 욕지기가 귓가에 쟁쟁하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트럭 도로가 순간 까무룩해진다 내 몸은 차와 함께 잠시 날아올라 쿠궁, 하늘가에서 눈이 마주친다 지지배야 지지배야 종다리가 놀려댄다 칼바람 일으키며 원을 그리는 무리 내 몸이 너무 커 무겁구나 지지배야 지지배야 아랑곳하지 않고 놀려댄다 허리 굽은 농부가 아직 허리를 펴지 못하고 흙을 다듬고 있다 그러는 사이 종다리가 농부의 등에 착 달라붙어 같이 시름한다 지지배야 지지배야 삼월 중순 경 종다리하고 나하고
삼월 중순, 아직은 시린 봄 하늘에서 들려오는 종다리의 지저귐을 가슴 깊이 받아내는 시인의 마음이 고운 봄빛 같다. 지지배야 지지배야 라고 들려오는 종다리의 소리에 새로운 시작의 시간이 열리는 시린 봄을 바라보는 시인이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 맑고 깨끗한 서정시가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