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방식이 신년 벽두부터 정치권과 언론계에서 화제로 떠올랐다.
청와대가 지난 10일 개최한 신년 기자회견은 장소 선정부터 예전 정부와 달랐다. 청와대는 지난해 8월 문 대통령 취임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연 뒤 두 번째 기자회견도 청와대 영빈관 2층에서 열었다. 청와대 영빈관은 주로 외국의 대통령이나 총리가 방문했을 때 한국을 알리는 민속공연과 만찬 등이 열리는 공식 행사장으로 쓰여왔다. 이전 정부들이 주로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던 것을 생각하면 이날 하루 기자들을 손님으로 대접한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또 청와대 공식행사에 공식 풀 기자단이 아니라 청와대 상시 등록기자들 모두에게 참석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청와대 출입기자단 채팅방에는 11일 현재 298명이 속해 있다. 이 가운데 윤영찬 국민소통수석과 박수현 대변인, 권혁기 춘추관장 등 청와대 직원을 제외하면 청와대 출입기자는 280여 명인데, 이날 250여 명이 참석했으니 거의 대부분 기자가 참석한 셈이다.
회견장 앞 복도에 간단한 다과와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나 행사 시작 전 미리 행사장에 입장해 대기중인 기자단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대중가요가 흘러나온 것도 예전 청와대와는 달랐다.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기자회견에 어울린다는 뜻에서 김동률의 `출발`과 가야만 하는 길을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가자는 뜻에서 윤도현의 `길`, 그리고 제이레빗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모두가 함께 가야 할 `그곳`에 대한 기대와 바람이 담겨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참석자들의 마음을 넉넉하게 만드는 하나의 설정이 됐다.
압권은 예전과 확연히 다른 기자회견 방식이었다. 문 대통령은 사전에 질문과 질문자를 정하지 않았고, 회견장에서 직접 질문자를 선택했다. 기자들은 자유롭게 질문했고, 대통령은 거기에 답했다. 예전 청와대는 대통령 기자회견때 미리 질문내용과 질문할 기자를 정한 뒤 순서에 따라 진행했다. 자유질문이나 돌출발언은 허용되지 않았다.
청와대의 새로운 신년기자회견 방식이 미국 백악관방식을 본뜬 것이란 보도가 있었지만 정작 외신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 내막은 이렇다. 현재 백악관에는 750여 명의 출입기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백악관 기자실에 앉을 수 있는 기자들의 좌석은 49석뿐이다. 더구나 자리에 언론사 이름이 붙어 있어 아무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맨 앞줄은 AP통신·ABC·NBC·CBS·CNN·폭스뉴스, 두 번째 줄은 워싱턴포스트(WP)·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차지다. 독자가 많고, 시청자가 많은 언론일수록 취재가 더 용이하도록 도와주는 언론 문화가 반영돼 있다. 백악관 참모진과 질의응답에도 이같은 경향이 반영된다. 상대적으로 독자와 시청자가 많아 매체력이 큰 언론사가 더 많은 기회를 얻는다. 그래선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할 기회를 잡았던 워싱턴포스트 안나 파이필드 도쿄 지국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기자회견 후기를 통해 “사전에 질문을 정해놓는 미국 백악관과도 다른 것 같다”고 털어놨다. 파이필드 기자는 이어 “기자회견은 모든 기자에게 열려있다. 환영할 만한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파이필드 기자는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아예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외됐다며 청와대 공식 트위터 계정에 항의성 질문을 던진 적도 있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청와대의 이런 행사기획에 대해 `쇼통`이라고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언론들은 `쇼든 뭐든 국민과 소통을 하려는 청와대의 노력은 평가해줄만 하다`는 반응이었다. 불통으로 비판받았던 청와대는 언론의 호평에 흐뭇한 표정이다.
“소통과 쇼통이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다. 어쨌든 불통보다는 쇼통이 좋지 않나요?” 정치권의 한 관계자가 던지는 반문에 야당이 뭐라 답할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