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최근 블라인드 채용으로 5개 분야 전문임기제 공무원 6명을 뽑았다. 블라인드 채용은 학력, 출신지, 나이, 결혼여부, 가족관계를 보지 않는 채용방식이다. 그 결과 평균 경쟁률은 44대1이었으며, 합격자 6명 모두 여성이 선발됐다. 합격자들의 출신 대학을 분석한 결과, 연세대 출신이 2명, 숙명여대, 덕성여대, 서울예대, 경일대 출신이 각각 1명씩이었다. 지원자 연령대도 20~40대로 폭이 넓었다. 채용 심사위원들은 지원자들의 경력, 전문성, 직무계획서만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실기 전형은 일자리통계 전문가의 경우 통계분석 및 서술형 지필시험, 통번역 전문가는 영한 순차통역 및 번역, 문화해설사는 해설 시연, 동영상 전문가와 포토에디터 직군은 동영상 및 사진 대표작 포트폴리오 심사를 거쳤다. 청와대 이정도 총무비서관은 “개인적으로 공직생활 25년을 하면서 이번 채용 결과에 놀란 부분이 많다. 공직사회에는 특정 대학을 나온 남성들이 많은데 블라인드 채용을 해보니 그 관행이 모두 깨졌다”면서 “배경이 다양한 우수 인력들이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인사시스템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근 중앙당 사무직 당직자 6명을 블라인드 채용제로 뽑은 더불어민주당의 채용후기도 화제를 모았다. 민주당에 따르면 140대 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이번 채용에서 수도권에서는 서강대 출신 2명, 중앙대 출신 1명, 성균관대 출신 1명이 각각 선발됐고, 지역에서는 전남대 출신 1명과 영남대 출신 1명이 나란히 선발됐다. 특기할 만한 것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소위 `SKY` 출신 합격자가 없었고, 해외 유명 대학 출신도 모두 낙방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공기업·공공기관에 블라인드 채용이 본격 도입되면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명문대생` 취업준비생들의 고심도 깊다. 이들은 출신 학교를 드러내기 위한 `쇼잉(showing)` 전술, 이른바 `블라인드 파훼법`을 집단 지성처럼 공유한다.
예를 들어 출신 대학이 드러나는 이메일 주소나 동아리명을 적는 방법, 대학 고유의 학과명·수업명 등을 언급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이메일 주소 기재란에 학교 구성원만 사용할 수 있는 `snu.ac.kr(서울대)``yonsei.ac.kr(연세대)``korea.ac.kr(고려대)` 등 이메일 계정을 적거나 `언더우드(연세대)``미래자동차(한양대)``유학·동양학과(성균관대)`등 특정 대학에서만 쓰는 학과·수업명을 언급하는 방식이다.
블라인드 채용제 도입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뜨겁다. 찬성측에서는 먼저 균등한 기회제공의 논리를 앞세운다. 문화와 교육, 경제 등 모든 면에서 수도권 집중화를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서울공화국에서 지방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방대를 나왔다는 이유로 서류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했던 취업준비생들에게는 희소식중의 희소식이다. 또 탈스펙으로 학연, 지연, 혈연 등 개인 인적사항으로 차별받는 일이 없게 됐다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묻지마 지원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직무관련 지식과 경험을 묻는 질문이 늘면서 허수 지원자가 줄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크다.
반대측 논리도 분명하다. 우선 역차별 논란이다. 학력이란 과거 노력의 결과물인데, 이를 제외하고 평가하는 것은 지금까지 쏟아부은 노력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는 항변이 대표적이다. 불확실한 평가기준도 문제다. 면접을 위한 준비로는 외모와 말빨, 필기시험을 위한 준비인데, 이런 것들을 준비하는 비용도 취업준비생에게나 기업에게 만만치 않다. 또 인사청탁과 비리에 취약한 점도 단점이다. 인사비리가 의심돼도 `회사에 맞는 인재`라고 답변하면 문제 삼을 수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란 말이 있다. 변화의 새 바람을 위해선 새 제도를 도입하는 데 한 표 던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