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영 민
돌아가시기 몇 달 전
나는 이상하게도 눈을 마주칠 수 없어
왜 당신의 막내아들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쳐다보실까 생각한 적이 있지
눈이 그의 영혼이므로
사람은 죽을 때 두 눈을 감지
사랑을 할 때도 두 눈을 감지
독수리는 죽은 자의 두 눈을
가장 먼저 빼먹지
오래 쳐다본다는 것은 처음으로 보는 것
나는 발밑에 내려와 있는
햇볕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그 사이 당신은 나의 무엇을 처음으로 보았나
눈이 그의 영혼이므로
한 사람의 눈빛은 쉽게 변하지 않지
그리고 오래 쳐다본 것들은 모두 고스란히
두 눈에 담아서 간다네
눈이 그의 영혼이므로
아버지 돌아가시기 몇 달 전 오래도록 막내아들인 자신을 바라보시는 눈을 잊지 못하는 시인은 그 눈에 아버지의 영혼이 담겨있음을 느낀다. 아버지와 영혼의 대화를 나눈 순간을 따스하고 담담한 음성으로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필자도 몇 해 전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운 마음으로 몇 편의 시를 쓴 적이 있다. 오래도록 그 순간의 기억은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가만히 불러보고 싶은 이름, 아버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