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통합파 당권 싸움 시작
바른정당이 오는 11월 30일 당원대표자회의(전대)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결정하면서 통합파와 자강파 중 어느쪽이 당권을 잡을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김무성 의원 등 통합파가 “자칫 외부에 유승민 사당화로 비칠 우려가 있다”며 자강파인 유승민 비대위원장 체제에 제동을 걸었던 만큼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당의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바른정당은 13일 국회에서 4시간 가량 심야 의원총회를 통해 늦어도 11월 30일까지 전대를 열고 새 지도부를 꾸리기로 했다. 이는 `합의가 안되면 당헌당규에 따라 조기 전대를 열어야 한다`는 자강파와 `유승민 비대위는 절대 안된다`는 통합파간의 의견을 절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대 분위기가 고조되면 통합파와 자강파간의 갈등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자진 탈당 권유 결정을 내렸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합파로서는 당권을 거머쥐어야 한다. 자강파는 통합으로 인한 득보다는 위험이 크다고 보고, 당의 존립을 위해 당권을 꼭 잡겠다는 각오다.
이 때문에 통합파인 김무성 의원과 자강파인 유승민 의원의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유 의원은 출마에 힘을 싣고 있는 분위기다. 유 의원은 “최대의 위기에 처한 지금, 죽기를 각오하면 못할 일이 없다. 여기서 퇴보하면 우리는 죽는다. 동지들과 함께 죽음의 계곡을 건너겠다”고 발언한 데 이어 “합의가 안되면 당헌·당규대로 해야 한다. 이 경우 전대를 치르도록 돼 있다”고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바른정당 관계자들 역시 “유 의원은 비대위원장 체제로 전환할 경우 맡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던 만큼 이번 전대에 출마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통합파 쪽에서는 김무성 의원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전면에 나설 생각이 없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로 인해 3선의 김용태 의원이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 안팎에서는 전대 과정에서 자강파와 지방선거 전 보수통합을 주장하는 통합파 간 갈등이 확산되면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