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화장품도 제조에서 플랫폼으로…

등록일 2017-06-27 02:01 게재일 2017-06-27 19면
스크랩버튼
▲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소비에 관한 한 젊은이들의 수요를 이해해야 한다. 노인들은 더 이상 근로소득이 없어 소비보다는 저축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경기침체와 금융자산 가격 거품의 주범이다. 반면 젊은이들은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상황에서 집을 살 필요가 없으니까 소비를 더 한다. 젊은이들 가운데서도 남성보다는 여성의 소비성향이 높다. 남성들은 원하는 것을 정해 놓고 사러 가는 반면 여성들은 기본적으로 사고 싶은 것들이 많은 분들이고, 가정에서도 여성들이 구매 의사결정을 담당한다.

결국 수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젊은 여성들이 원하는 바를 알아야 하는데 그들에게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미용관련 제품이다. 그 결과 우리 주변에 뷰티스토어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사실 요즘 미용은 젊은 남성들에게도 관심사다. 심지어 군인들도 피부에 신경을 쓴다. 예전 같으면 군기 빠졌다고 한 소리 듣겠지만 취업을 위해 조금이라도 신경 써야 하는 젊은이들의 절박한 하소연이기도 하다.

최근 보급되고 있는 뷰티스토어가 과거의 뷰티숍과 다른 것은 소비자들의 취향을 현장에서 파악하여 빠르게 패션을 바꾸며 새로운 수요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의류에서 자라(ZARA), 유니클로 같은 SPA브랜드나 아디다스 같은 신발에서도 나타났었다. 이렇게 소비자들의 빅데이터를 모을 수 있어야 이제는 성장할 수 있다.

일반 편의점에서도 빅데이터를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일반 편의용품을 살 때 소비자들이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반면 건강이나 미용관련 해서는 빅데이터를 모으기 쉽다. 뷰티스토어 같이 수요를 빨리 파악하고, 더 나아가 수요를 선도해 나가는 서비스가 유통업의 대세가 되었다. 당분간 뷰티스토어 간에도 경쟁이 불가피하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수요의 성장 속도가 더 빠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의 화장품 업체들은 중국에서 약진을 거듭해 왔다. 미모에 관심이 있는 것은 중국 여성들도 마찬가지이고, 우리 화장품 업체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서 갈고 닦은 신제품 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중국 여성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2012년부터 중국에서도 색조화장이 급증했다.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았던 중국의 여성들은 수수한 모습을 좋아했었지만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셀카를 찍게 되면서 자신의 얼굴에 `색칠`을 해야 함을 깨닫게 된 것이다. 한국 업체들은 이런 추세를 먼저 읽고 일찍 대응했다. 중국에 먼저 뿌리를 내렸던 `로레알`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조차 이런 한국 화장품 업체들을 벤치마킹할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의아한 것은 중국에서 화장품 수요가 둔화된다는 것이다. 중국에도 1선 대도시에는 한국인 못지 않은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들이 많은데 그들에 대한 보급이 거의 마무리되었음을 의미한다. 2, 3선 도시는 구매력이 떨어진다. 중국에서 영화 티켓 구매가 둔화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또 이런 사례는 홈쇼핑에서도 나타났었다. 한국에서 인기를 끌던 홈쇼핑 아이템이 중국 대도시에서는 성공을 거뒀지만 동남아에서는 실패했었다. 거기서는 구매력이 따라오지 못했던 것이다.

아직 한국 화장품 업체들의 중국 점유율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 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은 주가수익배율(PER)이 30배가 넘는 화장품 업체들 주가에 부담이 될 것이다. 국내 뷰티스토어의 보급 등 화장품 업체들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가 있지만 중국에서의 우려를 가리기는 어렵다. 따라서 화장품 제조업보다는 뷰티 관련 수요의 흐름을 읽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뷰티스토어 플랫폼이 낫다. 화장품 소재 분야에서도 기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업체보다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해 빠른 수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업체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학주 경제마당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