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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에서 어류로 관심 이동

등록일 2017-06-13 02:01 게재일 2017-06-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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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주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2010년대 초반 세계적으로 곡물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측이 대두됐었다. 엘니뇨, 라니냐 같은 기상이변도 걱정거리였지만 돼지고기를 즐겨 먹던 중국인들이 소고기를 먹기 시작했다는 것도 부분적인 이유였다. 소는 돼지보다 곡물을 2배 더 소모한다. 중국은 볶아 먹는 음식 문화를 갖고 있다. 소고기는 볶으면 질겨진다. 그래서 돼지를 먹었다. 그런데 해외여행을 다녀온 중국인들이 소고기에 익숙해지며 이런 해프닝이 벌어졌다.

걱정처럼 곡물가격이 오르지는 않았다. 가축을 키우는 생산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인들이 또 다른 파장을 만들고 있다. 생선회를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지역은 내륙이 대부분이다. 어류를 공급하려면 부패를 막기 위한 냉동시설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이런 인프라가 확장되며 중국인들에게도 어류가 익숙해진 것이다.

중국인들이 생선을 원하는 이유는 건강 때문이다.

첫째, 2014년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비만 인구를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중국 성인의 30%가 과체중이며, 12%가 비만 인구다. 비만은 풍요의 상징이 아니다. 중국 내에서도 저소득층 도시 거주민이 가장 크게 비만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쁜 일정에 쫓기는 그들은 운동할 시간과 돈이 없다. 닭장에 갇혀 사육되는 모습이다.

둘째, 중국 인구가 빠르게 노령화되기 때문이다. 만 15세 이상 64세 미만을 경제활동인구로 볼 때 한국은 2015년 정점을 찍었다. 중국은 한국보다 2년 앞선 2013년 이를 경험했다. 64세 이상의 인구가 두터워지는 것이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혈관이 약해지고 신진대사가 떨어져 당뇨, 비만에 노출된다.

셋째, 중국·인도 등 세계최대 인구를 보유한 신흥국가들의 중산층이 두터워지고 있다. 아직 엥겔계수가 높은 이들은 소득이 증가하면 일단 음식료 소비를 늘리는데 더 나은 교육을 받은 그들은 건강을 위해 고기 대신 생선을 선택하고 있다.

어류가 주는 혜택은 몸 속의 고밀도지단백질(HDL) 콜레스테롤을 높여 주는 것이다. 이는 몸 속 지방을 근육으로 안내해 태우고 혈관이 탄력을 잃지 않도록 돕는다. 어류에서 얻어지는 지방산은 오메가3로 시중에 알려져 있으며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데 좋다. 반면 육류 섭취시 늘어나는 저밀도지단백질(LDL) 콜레스테롤은 지방을 체내에 계속 쌓는다.

이렇게 어류의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1인당 어류소비는 2012년 12.1kg에서 2022년 23.4kg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바다에서의 어획량이 1990년대 초반 이후 정체되어 있다는 것이다. 자연의 번식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류 양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최근 양식에 대한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아직은 바다에서의 어획량이 양식을 통한 어류 공급보다 많은데 FAO는 2021년께 역전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최근 2019년으로 그 시기를 앞당겼다.

이제 어류양식도 축산업처럼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업화될 것이다. 성체 한 마리에서 얼마나 많은 새끼를 얻을 수 있는지, 또 치어가 죽지 않고 빠른 기간 내 성체에 도달할 수 있는 기술혁신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한 대학의 벤처기업은 양식 어류의 폐사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백신을 개발했고 이를 사료에 섞어 어류에 주입하는 혁신적 적용방법도 제시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러한 혁신을 신속하게 받아줄 능력이 없어 보인다.

한국은 일반적으로 열거주의 규제를 갖고 있다. “이것만 하라. 나머지는 하지 말라. 정부가 관리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입장이다. 결국 혁신을 받아주는 다른 나라로 떠나야 한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우수하다. 이들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려면 공무원들도 혁신을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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