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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의 간을 내먹는 자들

등록일 2017-02-28 02:01 게재일 2017-02-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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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어수선하면 사기꾼들이 부쩍 더 설친다. 나라경제는 망가지고 기업은 투자의욕을 잃고 청년실업은 점점 심해진다. 상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니 청년창업은 먼 나라 이야기다. `돈 나올 구멍`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은 쉽게 사기꾼의 먹이가 되고, 무직 청년들을 노리는 사기꾼들만 `호황`이다. 돈이 있는 부류들은 큰 사기에 걸리고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은 작은 사기에 걸린다. 나라가 어수선하고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벼룩의 간`을 내먹는 인간들이 더 날뛴다.

마모(39·여)씨는 대기업 회장의 혼외 여식을 사칭해서 수억원을 뜯어냈다. `재벌가의 상속녀`란 말에 남자들이 맥없이 넘어갔다. 말 잘 둘러대는 언어능력, 절대 거짓말 안 할 것 같은 진실된 표정, 스토리를 그럴듯이 잘 지어내는 상상력 등이 `사기꾼 자질`인데 마씨는 그런 능력을 고루 잘 갖춘 여자였다. “상속재산을 두고 재판에 걸렸는데 소송비용이 없다. 빌려주면 나중에 몇 배로 갚겠다” “대기업 계열사 A투자증권 사장인 아버지가 의붓형제들에게 살해됐다. 재판을 통해 3천억원을 상속받게 됐다. 재판비용을 대주면 상속금 일부를 주겠다” 이런 말을 피해자들은 곧이곧대로 믿었다는 것이다.

마씨는 결국 꼬리가 잡혀 경찰에 체포됐지만 수천만원씩 뜯긴 피해자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기로 속수무책이다.

연변지역에 사는 조선족들이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파는 `북한산 웅담`이 사실은 돼지쓸개였다. 이들은 북한 입국 도장이 찍힌 여권 사진을 함께 게시해 사실인 것처럼 위장했다. 이들은 또 웅담을 산 고객인 척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런 사기에 속은 사람들은 그래도 덜 억울하다. 뜯길만한 재산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억울한 사람들은 “어디 취직 자리 없나” 헤매다가 사기를 당한 무직자들이다. 이들의 절박한 심리를 노린 사기꾼들이 지금 엄청 설친다. 안동경찰서는 공기업 취업 알선비 명목으로 구직자 5명에게서 5천여 만원을 가로챈 2명을 입건했다. “취업 브로커에게 부탁해 공무원으로 취직시켜주겠다”고 속였다. 공기업의 임명장을 다운받고 기관장 직인까지 위조해 찍은 임명장을 돈과 맞바꾸었다. 임명장을 받은 사람들은 당해 기관을 찾아갔다가 가짜임을 알았다. 2천만원을 주고 가짜 임명장을 산 피해자도 있었고, 부모에게 임명장을 보여주고 돈을 받아내 전달한 사람도 있었다.

대구 남부경찰서는 취업준비생을 위장 취업시켜 고용노동부로부터 직업능력개발 지원금을 가로챈 학원장 등을 입건했다. 이들은 취업준비생 12명을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에 위장취업시켜 정부 지원금 수천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취준생`을 두 번 울리는 `벼룩의 간`을 내먹는 자들이 요즘 더 설친다. 불신풍조가 점점 더 극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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