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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등록일 2016-12-19 02:01 게재일 2016-12-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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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학 원
아침에 서리가 내렸다

톱날 같은 날카로움이 섬뜩하다

가을은 더 오를 수 없는 절정에서 무너지듯

감나무 가지의 새소리처럼 냉랭하다

어두운 그림자로 빛나는 겨울 부릅뜬 눈으로

송림 사이 바람으로 뒤섞이며 상암천을 지나간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날개를 타고 상승하는 것은

쓸려가는 낙엽, 아니면 바람인가?

멀리 시청 지붕의 깃발이 너풀거린다

산길을 내려와 방문을 열자

방안 수석에 학이 날아내린 듯

평안한 고요가 심신을 안정시킨다

문 밖에는 찬바람 혼자 울고

상강(霜降) 입동(立冬) 지난 초겨울 풍경 하나를 펼쳐보이며 시인은 쓸쓸하고 허전한 속내를 드러내보이고 있다. 이맘 때는 모든 것이 차가워지기 시작한다. 바람도 사람도 모두가 냉랭해지는 계절이다. 그러나 시인은 이러한 차가움을 견디며 따숩고 정겨운 시간들을 염원하고 있는 것이다. 평안과 고요가 깃드는 따스한 겨울을 열망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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