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발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새누리당은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지도부가 버티기작전에 나선 가운데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비주류의원들이 비상시국회의를 구성해 박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모두 탄핵소추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야당 의원 172명이 탄핵소추 발의를 하고, 여당의원 28명 이상이 동의하면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 탄핵심판을 받게된다. 이미 탄핵에 찬성한 새누리당 비주류의원 수가 40명을 넘었다는 얘기고 보면 탄핵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의 의결이 있으면 국회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이 그 의결서의 정본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게 되고, 이로써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절차가 시작된다. 탄핵소추의결서는 본인에게 보내지는데 본인이 의결서를 받은때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결정이 있을 때까지 대통령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대통령이 있어도 권한을 행사할 수 없으니 대통령이 없는 상황이 된다.
탄핵의 역사를 보면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측근비리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며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의결서를 받은 지 63일만에 탄핵소추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기각판결이유로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해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은 정당화된다”면서 `노무현 탄핵안`은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였다고 판단해 청구를 기각한다고 했다.
당시 기각됐던 헌법재판소의 기준에 따라서 탄핵의 이유를 살펴보면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 탄핵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는 어떨까. 검찰에서 지금까지 밝혀진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을 살펴보면, 탄핵의 요건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통령이 헌법을 어겼고, 대통령이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최순실에게 허락도없이 줘버렸기 때문이다.
탄핵심판으로 대통령이 파면되면 60일 이내에 대통령선거를 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정치권은 숨가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더 이상 새누리당이란 이름으로 대통령 후보를 낼 수 없는 만큼 당명을 바꾸고 신장개업하거나 아예 새로운당을 세워 제3지대에서 일부 야권인사들과 힘을 합치는 방법을 채택하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보수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대선 후보들을 적극 영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와 맞대결을 벌일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안철수, 반기문, 손학규 이런 분들이 합류한다면 `문재인 vs 반문재인` 전선을 형성할 수 있을 법도 하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번 기회에 제왕적인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기위해 권력분권형 개헌이 꼭 필요하다는 점이다. 누군들 제 손에 들어온 무소불위의 권력을 놓으려 할까. 차라리 대통령이 있어도 없는, 이 시기가 바로 이 나라를 분권형 권력구조로 바꿀 절호의 기회다. 대통령 한 사람 잘못 뽑았다가 온 나라가 경제·안보위기속에 빠지게 된 것 아닌가. 이제 이 나라 모든 것을 대통령 한 사람이 좌지우지하게 만들어선 안된다. 의원내각제를 도입해 총리에게 내치를 맡기고, 내각은 여야가 협의해 구성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반대를 위한 반대가 사라지고, 생산적인 국회가 가동될 것이다. 그러니 이제 대통령은 없다.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