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여권발(發) 개헌론

등록일 2016-10-14 02:01 게재일 2016-10-14 19면
스크랩버튼
▲ 김진호<br /><br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요즘 정치권에서는 여권발(發) 개헌론이 화제다. 개헌론은 지난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이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서부터 출발한다.

즉,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 5년 단임제로 인한 공약 남발과 임기 내 성과주의로 인한 폐해, 조기 레임덕,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의 불일치로 인한 정치적 낭비와 불안정 등이 개헌론의 요체로 꼽힌다.

한 언론사 조사에서는 20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203명이 헌법 개정에 찬성했다고 한다. 조사 결과대로라면 국회에서 개헌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200명 이상)인 만큼 개헌 정족수를 웃돌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상황이면 개헌안 발의에 이어 표결, 국민투표를 거치는 개헌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여권발 개헌론에 최대 걸림돌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 석상에서 “지금 이 상태에서 개헌(논의)를 하게 되면 경제는 어떻게 살리나”라며 개헌론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 이후로 최근까지 개헌론에 대한 청와대의 반대입장은 확고하다. 최근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 역시 “지금은 개헌 논의를 할 때가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분명한 방침”이라며 “당과 언론 등에서 자꾸 청와대에 개헌 의견 전달했다는 등의 말이 나와 청와대 입장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개헌론을 둘러싼 여당내 분위기는 심상찮다. 특히 비주류 인사들을 중심으로 개헌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성태 의원은 언론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헌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며 “여든 야든 차기 유력 주자가 부각된 상황도 아니라 개헌의 적기”라고 주장했다. 역시 비박계인 하태경 의원도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당론으로 국회 개헌특위를 제안하자”고 제안했다. 중립을 표방하는 정진석 원내대표 역시 개헌론에 힘을 실었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 파동을 겪으면서 87년 체제의 한계를 느꼈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가 돌아가시고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감옥에 가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모두 가족들이 감방에 간 것 역시 87년 체제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설명했다.

이같은 여권발 개헌론의 분출은 일상적 레임덕에 빠질 수밖에 없는 여소야대 체제하 대통령중심제의 구조적 한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임기 후반기이면서도 정부를 강하게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박근헤 정부가 핵심 국책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것은 협치가 불가능한 대통령제의 폐해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의 정치투쟁이 펼쳐지는 대통령중심제로는 일상적인 협치가 불가능하고, 이것이 끝없는 정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레임덕이 없는 협치`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내각제적인 요소를 대폭 도입한 개헌문제를 고민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개헌논의를 구체화하는 것 역시 어렵고 험한 길이다. 우선 개헌론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야당을 잘 설득해 개헌론에 동참시키는 게 급선무다. 당장 국감 와중에 제기된 여권발 개헌론에 대해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미르-K스포츠, 최순실, 우병우 이런 초점을 흐트리려는 공작정치가 아닌가”라며 의혹 어린 시선이다.

국민들과 정치권이 권력구조에 대해 갖는 이중적인 태도도 문제다. 대통령중심제의 폐해가 많다는 지적에 공감하면서도 대다수 국민들이 바라는 권력구조가 대통령중심제란 여론조사 결과는 정치권을 당혹스럽게 한다. 실제로 최근 리얼미터가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국민이 바라는 권력구조 형태로는 대통령 4년중임제(41%)와 분권형 대통령제(19.8%) 및 의원내각제(12.8)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 개헌에 반영돼야 할 시대변화에 대한 구구한 해석, 특히 경제양극화로 인한 문제 등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통합할 수 있을 것이느냐도 숙제다.

김진호의 是是非非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