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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經)

등록일 2016-10-10 02:01 게재일 2016-10-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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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기 원
벗은 허물

뒤돌아보지 않고

없는 발과

없는 날개로

사라진 푸른 뱀아

내 화사한

경전아

봄날

갈라진

숲길에 서서

허물뿐인

탈피할 수 없는 내가

너를 읽는다

흔히 뱀은 욕망의 존재로 인식된다. 또아리를 틀고 뭔가를 기다리며 욕망하는 습생이 그런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시인은 이 시에서 다른 면을 읽어내고 있다. 허물을 벗고 어디론가 미련 없이 떠나버리는 존재로 인식하면서 세상의 온갖 관계에 얽혀 있는 우리네 존재들에게 던지는 의미가 있다. 소중하게 껴안고 입었던 것들을 훌훌히 벗어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날 수 있는 뱀의 생태에서 시인은 무욕의 정신을,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나는 정신을 우리에게 건네고 있는 것이다.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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