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지진피해를 입은 경주 일대의 부실교량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내진대책이 절박한 실정이다. 경주IC 육교(경주시 율동), 건천IC 육교·금척교(경주시 건천읍), 광명교·광명육교(경주시 광명동) 등 교량 8곳에서 내진미비 부실사례가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정용기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내진 미반영 교량 현황` 국감자료에 따르면, 내진설계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전국 고속도로 및 국도 교량이 전국에 1천321곳(고속도로 교량 360·일반국도 교량 961곳)에 달했다.
일반국도 교량은 내진설계 미반영은 물론, 노후화 문제도 심각했다. 내진불량 판정을 받은 961개의 교량 중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노후교량`은 총 165개(1986년 준공분까지 합산)로, 전체의 17.1%에 달했다. 특히 노후화와 내진성능 미비가 겹친 `위험교량` 중 35.8%(59개)가 최근 강진과 여진이 이어진 경상도 일대(경북 36개·경남 23개)에 몰려 있다.
같은 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이 한국도로공사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전국 고속도로 교량 가운데 안전진단 C등급을 받은 것은 150개로 조사됐다. 안전진단 C등급은 `주요 부재에 내구성·기능성 저하 방지를 위한 보수가 필요하거나 부조 부재에 보강이 필요한 상태`다.
이들 C등급 고속도로 교량 가운데 33개는 내진 설계조차 반영되지 않았고, 이 중 75.8%인 25개 교량이 지진 영향권인 언양~영천 구간에 몰려 있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이다. C등급을 포함해 내진 설계가 반영되지 않은 고속도로 교량도 전국에 360개에 달했다. 한국도로공사는 305개에 대해 내년까지 내진 보강을 추진하고, 55개는 고속도로 확장 공사에 포함해 2019년까지 내진 성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최신 지진발생 동향으로 볼 때, 정부의 대응책은 수정돼야 한다. 고속도로 교량만 하더라도 연간 13억대의 차량이 지나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교량에서 지진붕괴 같은 사고가 난다면 대형 참사가 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반도의 지진 발생빈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긴급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투자 우선순위를 바꿔서라도 지진에 취약한 교량에 대한 일제점검과 보강공사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