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관공서 구내식당은 초만원을 이루는 반면 주변식당가는 손님이 대략 평소의 3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소식이다. 법 시행에 맞춰 식당가는 허용 가격에 맞는 새 메뉴를 개발하는 등 준비를 해왔음에도, 공직사회를 비롯한 국민들은 한껏 위축된 풍경이다.
그 동안 각급 기관단위로 김영란법에 대한 특강 등 교육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고 대응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이를 만큼 많다보니 상황에 어떻게 일일이 대응해야 하는지를 놓고 전전긍긍이다. 법률가들마저 법원의 판례가 나와봐야 기준점을 잡을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복잡다단하다.
식사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 등 금품수수 허용 금액이 적절한 수준인지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농축산·화훼업계는 생업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울상이고, 고급식당과 골프장도 문을 닫게 될 판이라며 쩔쩔 매고 있다. 음식점과 유통 매장에서는 `영란메뉴`와 `영란세트`가 등장하는 등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괜한 오해를 받기 싫어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를 꺼리는 풍조가 생기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소통이 단절되고 활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정말 심각한 걱정은 가뜩이나 장기화되고 있는 불경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연간 11조6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김영란법은 관행에 찌든 부정부패 문화를 일소할 절호의 기회다. 중앙과 지방행정기관·교육청뿐만 아니라 사립학교와 언론사까지 포함해 적용기관이 4만여 개에 달하고 대상자도 400만명이 넘는 김영란법은 공정한 직무 수행을 보장하고 국민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제정 목적에 명시하고 있다.
국민소득 3만불 문턱에 걸려 중진국 딜레마에 빠진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진입시키기 위해서도 김영란법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사회활동을 억압하고 불신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흐르면 존재이유마저 사라진다. 무엇보다도 부작용에 철저하게 대처해야 한다. 법을 엄격히 적용하되, 교조적으로 유지해서는 안 된다.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법률조항 보완을 포함하는 필요한 조치들을 발 빠르게 취해야 할 것이다.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어리석음에 빠져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