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관광의 대표적 도시가 스페인의 산세바스티안이다. 인구 20만도 안 되는 이 도시는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내세울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1990년부터 `음식`에 초점을 맞춰 꾸준히 노력했다. 스페인의 대표적 음식인 `핀초`를 경쟁적으로 개량했고 길거리를 걸으면서 먹을 수 있게 했으며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동종 업체가 계속 늘어나 도시를 채웠다.
식당만 즐비한 것이 아니고 요리학교도 생기고 식재료를 생산 조달하는 협업시스템도 발달했다. 도시 전체가 `핀초도시`처럼 된 것이다. 덕분에 이 도시에는 “왔던 사람이 또 오는 관광지”가 됐다. 그 핀초맛을 못 잊어 또 찾는 것이다.
1999년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경북 안동을 방문했다. 한국의 전통문화가 가장 잘 남아 있는 고장, 유성룡이라는 위대한 인물의 고향이라는 점이 여왕을 이끌었다.
그 해 4월 21일은 마침 여왕의 생신일이라 안동 하회마을은 `생신 큰상`을 차렸다.
인간문화재12호인 전통음식연구회 회장 조옥화(78)씨가 47가지의 궁중음식을 만들었는데, 여왕을 감탄하게 한 것이 `꽃나무떡`과 `문어 오림`이었다. 문어다리로 꽃·봉황·왕관·용 등 다양한 모양을 오려낸 문어오림이다. 여왕이 난생 처음 보는 한식이었다.
음식에는 장식용과 식용이 있는데 우리 음식은 이 둘에 다 능하다. 경북에는 종가(宗家)가 가장 많고 종가에는 특유의 음식문화가 전승된다.`음식디미방`같은 요리책이 저술되고, 종부의 손길로 전수된다.
우리의 전통음식은 `건강`을 우선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그 전통 때문에 외국인으로부터 “한식은 다이어트 건강식으로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우리나라의 `떡문화`는 매우 독특한 것이다. 수십 가지의 음식을 잔뜩 차려놓은 `큰상`도 특징적이지만 떡이나 유과, 강정 같은 `들고 다니면서 먹는` 음식도 있다.
한국음식은 그 우수성과 독특함에도 불구하고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은 발효음식에서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또한 우물 안 개구리 구실밖에 하지 못했다. 문화융성 바람을 타고 한식의 세계화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