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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기적인 삶

등록일 2016-09-09 02:01 게재일 2016-09-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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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최근 롯데그룹 이인원 부회장이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자살한 데 이어 이 부회장과 가까웠던 정장식 전 포항시장이 자살했다. 8일에는 야구해설가로 유명한 하일성씨가 목매 숨진 채 발견돼 잇따른 사회지도층의 자살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회에서 나름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이들의 자살은 사회에 큰 충격을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멀리 보면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가까이는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등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해 사회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곤 했다. 그들이 자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에서 자살은 전통적으로 죽음을 통해 자신의 분함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최후의 수단이었다. 혹시 이들도 그런 이유로 자살을 선택한 건 아닌지 하는 추측을 해 보지만 공감은 가지 않는다. 자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이해할 수 있지만 자살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살은 스스로 자기 목숨을 끊는 행위다. 생명이 있는 동물 가운데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자살하는 동물은 사람밖에 없다. 고래나 물개, 바다표범과 같은 해양동물이 스스로 해안가 육지로 올라와 옴짝달싹하지 않고 식음을 전폐하며 죽음에 이르는 스트랜딩(Stranding) 현상을 일종의 자살 행위로 보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이다. 해양 동물들의 이러한 이상행태에 대해서는 질병에 대한 종족보존을 위한 자기희생이라는 주장에서부터, 천적에게 쫓기다가 바닷가까지 밀려왔다는 주장, 바다 오염이나 먹이 고갈에 의한 생태계의 위협이라는 분석, 인간들이 사용하는 음파탐지기에 의한 방향감각 상실에서 발생했다는 추정까지 분분하다. 어쨌든 인간의 자살과는 다른 기제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자신을 파괴하는 자살이란 과정에는 공격성과 충동성이 동반된다. 보통 남자가 여자보다 더 공격적이고 충동적이라 자살을 시도하는 쪽은 여자가, 성공하는 쪽은 남자가 많다고 한다. 또 전쟁 중에는 자살률이 낮아지고, 가난한 나라에는 살인이나 범죄가, 잘사는 국가에는 오히려 자살이 더 많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우리도 경제 강국이 되면서 자살률이 크게 상승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연간 100만명 정도가 자살 했다. 하루 평균 3천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얘기다. 이러한 숫자는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를 능가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만 연간 13만명이 자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10만명당 약 7.8명꼴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10년 인구 10만명당 31.7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4년에는 28.5명으로 완화됐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의 두 배 이상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무려 12년 동안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갖게 됐다. 통계대로라면 자살률의 차이는 잘살고 못살고의 문제는 아닌듯 하다. 오히려 사회가 건강하냐 아니냐의 문제로 보인다.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가 그만큼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10일은 WHO가 정한 세계자살방지의 날이다. 내 주변, 내 이웃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필요한 때다.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죽게 되어 있다.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처럼 확실한 것도 없다. 다만 죽어본 사람이 없으니 죽음의 실체는 누구도 모르지만 말이다. 따라서 내게 주어진 삶을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살고, 필연적으로 다가온 죽음을 맞이하면 될 터이다.

열정적으로 살다간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이런 명언을 남겼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오직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하나는 아무것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모든 것이 기적인 삶을 사는 사람에게 자살은 생뚱맞은 일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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