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명 자
파도도 달려들고
해풍도 몰아친다
풍경을 가로막는 거미줄 틈으로
녹초가 된 집의 영혼들이 줄줄이 빠져나간다
집은 이제 바다의 일부가 되어 출렁댄다
폐가가 된 집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놓여지고
사람들, 지날 때마다 평화롭단 말 연발한다
바닷가 오막살이 집 한 채는 이제 햇살 반짝이는
나른한 봄날 오후 같은 바다의 등이 된다
어떤 인생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한 때 그와 가족들의 생활의 거처였던 집. 비록 지금은 남루하게 버려진 집이지만 시인은 버려져서 흉물스런 폐가로만 인식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가족들과 함께해온 집은 이제 한 폭의 수채화 속에서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이 된다는 것이다. 시인의 따스한 연민의 시선을 발견할 수 있는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