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운전면허 관리 규정을 고쳐야 한다

등록일 2016-08-04 02:01 게재일 2016-08-04 19면
스크랩버튼
뇌전증(간질)을 앓고 있는 50대 남성이 승용차를 몰다 갑자기 정신을 잃고 횡단보도를 덮쳐 행인 3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다친 사고가 부산 해운대에서 일어났다. 이런 뇌질환자도 매일 복약하면 정상생활을 할 수 있는데, 그 날 운전자는 약 먹는 것을 잊어버렸다고 한다. 그는 “사고 순간이 전혀 기억나지 않고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이었다”고 했다. 전형적인 간질증세였다. 과거 서울 여의도에 광장이 있을때, 택시 하나가 광장 한 가운데를 마구 달려 대형사고를 낸 적이 있었다. 그 택시기사는 반사회적성격장애자였다.

우리나라는 마약류 단속을 철저히 하므로 `환각약물`에 의한 교통사고는 거의 없는데, 뇌질환 등에 의한 사고는 드물지 않다. 그런데 운전면허 규정이 허술해 `비정상적인 운전자`를 양산하거나, 적성검사에서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가 이번 해운대 사고였다. 우리나라 운전면허 규정은 맹점이 많은데, 이제 규정을 고쳐 위험요소를 없애야 하겠다. 간질의 경우 하루 한 두번의 약물 복용으로 치료가 가능한데, 하루라도 약을 거르면 발작을 일으킨다. 우리나라 법규는 이런 환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

저혈당 쇼크에 빠진 당뇨병환자도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을 수 있고, 인지기능 장애인 치매, 헛것이 보이는 조현병 환자 등에 대해서도 관리가 매우 허술하다. 6개월 이상 입원한 경력이 없으면 `수시 적성검사`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맹점이다. 우리나라 당뇨환자 수가 400만명에 이르지만 `저혈당 쇼크`환자에 대한 규정이 없다.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치매 환자의 절반이 치매진단을 받고도 1년씩이나 운전을 계속했다. 선진국에서는 질병 상태에 따라 운전면허 발급과 갱신을 엄격히 제한한다.

유럽 국가들은 당뇨병 진단을 받은 운전자에 대해서는 5년 주기로 병의 진행과정을 적은 의료기록을 운전면허 관리국에 제출하는데, 특히 저혈당쇼크가 올 수 있는 인슐린 주사를 맞는 환자의 경우는 1년 단위로 면허 갱신을 하고, 9인승 이상 차량과 7.5톤 이상 트럭 운전면허가 발급되지 않는다. 미국도 심한 저혈당 증세가 있으면 운전면허 발급이 제한되는데, 이런 환자들이 면허를 갱신하려면 엄격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

외국에서는 치매에 대해서도 다양한 제한장치를 두고 있다. 일본은 75세 이상 운전자에 대해서는 인지기능 검사를 해서 점수가 현저히 낮을 때 치매검사를 하고 치매로 판정되면 운전면허를 취소시킨다. 또 인지기능 장애로 인해 역주행, 무단 철길 진입, 신호 무시 등이 1년에 1회 이상 발생해도 의무적으로 치매 검사를 받아야 한다. 영국이나 미국에서도 치매환자에 대한 규제를 엄격히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형 법규로 서둘러 고쳐야 한다.

오피니언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