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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머나먼 여정

등록일 2016-07-29 02:01 게재일 2016-07-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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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br /><br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헌재의 합헌결정을 받았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외에 언론인·사립학교 교원 등 민간 영역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청탁·금품수수의 허용 또는 규제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 때문에 제정 초기부터 논란이 많았다. 처음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과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김영란법은 국회에서 수차례 논란과 수정과정을 거치면서 뜬금없이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이 적용대상으로 포함됐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분 때문에 일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교육과 언론이 국가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들 분야의 부패는 파급효과가 크다”며 합헌결정을 내렸다. 헌재에서도 이견은 있었다. 김창종·조용호 두 재판관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등을 공직자로 간주해 법 적용 대상이 되도록 한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김영란법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이 미래의 막연하고 추상적 위험성에 불과한 반면 법 시행으로 실제 발생하는 일반적 자유권의 제한 정도는 중대하고, 이 법으로 인해 언론과 교육의 자유가 사실상 위축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점 등을 들어 김영란법 일부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했다.

필자도 김영란법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될 언론의 활동반경이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데 공감한다. 청와대와 국회를 상시출입하는 지역신문 기자들은 지역 주민들이 공공기관을 상대하며 겪는 민원이나 애로사항들을 국회의원이나 정부 관계자들에게 직접 전달하곤 경우가 잦은데, 해석여하에 따라 부정청탁으로 오인될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언론인을 제외하는 김영란법 개정안이 나온 것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일어나는 일일게다.

이제 합헌결정이 난 김영란법은 오는 9월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공은 다시 입법부와 행정부로 넘어갔다. 합헌결정이 난 만큼 입법부는 법률 개정을 통해 부작용이 예상되는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이미 국회에는 김영란법에 대해 4건의 법률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새누리당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 이완영(고령·성주·칠곡) 의원 등이 제출한 법률개정안은 특정 기간 김영란법의 수수 금지 품목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는 내용이고, 강효상 의원은 적용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사를 제외하는 대신 국회의원을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행정부는 국회의 법 개정전에 시행령을 어떻게 손봐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만약 김영란법이 이대로 두 달뒤에 시행된다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당장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많지만 장기적으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하는 의견도 있다. 우선 김영란법 시행을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곳은 농축수산물 업계다. 음식점과 선물 수요를 중심으로 1년에 6조 5천억원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어떤 민간연구원은 경제적 손실이 11조 6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반면에 김영란법의 취지가 관철될 경우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이익이라는 전망도 있다.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OECD 평균 69점에 훨씬 못 미치는 56점으로, 34개 국가 가운데 27위, 만년 최하위다. 이 청렴도가 평균만 돼도 3%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고, 국가 브랜드와 경쟁력이 동반 상승한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또 실제로 하루 270억원, 1년에 10조원 가까이 식당과 술집에서 썼던 기업 접대비도 대폭 줄어든단다. 그럴 경우 접대보다 실력으로 경쟁하는 기업문화 형성도 기대해볼 수 있게 되려나 모르겠다.

김영란법에 대한 헌재의 합헌결정은 절대적으로 옳다는 걸 뜻하는 게 아니다. 우리 법률의 헌법위배 여부를 최종판단할 권한이 있는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을 헌법정신에 맞춰보니 크게 모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얘기일 뿐이다.

머나먼 여정 끝의 김영란법이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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